‘588’이라 불리는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의 집창촌. 6일 오후 588 집창촌 골목에 홍등이 환하게 켜져 있다. 대규모 민자역사가 들어선 이곳에서는 쇼핑몰과 홍등가가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몸 파는 장소만 달랐어요” 그녀의 고백
5일 오후 8시 반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롯데백화점 앞. 퇴근하는 사람들과 역 내 백화점 쇼핑을 하고 나온 사람들로 청량리역 앞 광장은 북적였다. 그 사이로 비교적 움직임이 느린 아줌마 서너 명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그중 빨간색 패딩 점퍼를 입은 아줌마가 기자에게 슬며시 다가왔다. “얘기 좀 하자”며 나지막하게 말을 걸었다. 곧바로 ‘목적’을 얘기했다.
“5만 원 어때?”
○ 쇼핑하고 나오자 “총각, 자고 가”
지난해 8월 청량리역은 롯데백화점 등 롯데 계열사 복합 쇼핑몰이 들어서면서 대규모 민자역사로 거듭났다. 지난달 29일에는 동대문구 전농동 620-1 일대 3만9394m²(약 1만1916평)에 주거 및 문화, 숙박 등이 어우러진 건물 7개 동을 짓는 ‘청량리4 재정비 촉진구역 도시환경 정비사업’ 계획안이 건축소위원회를 통과했다. 과거 ‘588’ 집창촌의 기억을 지우고 새로운 유통 상권 중심지로 바뀌는 상황이다.
하지만 겉만 바뀌었을 뿐 속은 그대로였다. 588 집창촌 포주들은 오후 8시만 되면 출근해 무차별적으로 달려든다. 현재 청량리역 근처 윤락업소는 약 50개. 동대문구 관계자는 “외진 곳에 있거나 장사가 안 되는 업소 포주들이 주로 역 앞에서 호객 행위를 한다”고 말했다. 한 포주는 “찾아오는 손님이 없어 우리가 나가는 것”이라며 “흥미를 보이는 사람에겐 최대한 원하는 가격(3만∼5만 원)에 맞춰주려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주택가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직접 손님을 맞는 이른바 ‘프리랜서’ 여성들이 가세해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손님을 끌기 위해 백화점 안으로 들어와 호객행위를 하는 업자도 많다”며 “성매매 영업 ‘전투장’ 같다”고 말했다.
○ ‘하드웨어’만 변한 역 앞
매일 역 앞에서 불법 영업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이들에 대한 단속은 소극적인 편이다. 청량리, 영등포, 용산 등 집창촌 지역 대부분은 현재 ‘도시환경 정비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곧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 동대문경찰서 관계자는 “보상 받기 위해 눌러 앉아 영업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곧 떠날 사람들을 무리하게 단속하기도 애매하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시 웹사이트 자유게시판에는 “민망하다” “불편하다”는 시민들의 항의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이 때문에 영등포구는 최근 구청장과 경찰서장, 소방서장 등 구내 관계자 15명이 업무보고회를 열고 ‘성매매 근절을 위한 합동 단속’ 계획을 발표했다. 포주들의 과도한 호객행위 및 미성년 여성 고용 단속은 경찰서가 맡고 구는 무허가 건축물에 대한 과태료 부과를 담당한다. 업소 대부분은 ‘비등록’ 업소로 영등포구는 현행 30%에서 50%로 과태료 부과 기준을 높일 계획이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