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지진극복 ‘경제 펀더멘털’ 충분
재닛 헌터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번 재해가 워낙 크다 보니 과거와는 같을 수 없을 것이며, 일본인들 스스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자신감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당장 세계경제가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자동차와 전자제품시장에서 일본산 부품 수급에 벌써부터 경고등이 켜졌고 엔화 절상도 시작됐다. 앞으로 일본은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와 재건을 위한 자재 등을 충당하기 위해 계속해서 대외 수입을 늘려갈 것이고 이로 인한 유가(油價) 상승압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 돈이 필요한 일본인들은 너도나도 해외 자금을 인출할 것이고 이것은 일본 자금이 투자된 나라들의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모두들 지금은 원전에 관심이 쏠려 있지만) 재해가 일어난 뒤 피해 지역 내에서 발생한 전기, 가스, 석유 공급을 포함한 극심한 에너지 부족사태가 일본 전역으로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는 점도 문제다. 지진 피해 발생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도쿄와 다른 도시들에서도 텅 빈 슈퍼마켓 선반, 일상적인 정전, 석유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야 하는 일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런 일이 장기화하다 보면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증가돼 복구는 점점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모든 문제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몇 가지 사실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우선 가장 피해가 심한 곳을 제외하고는 점차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다는 징후가 농후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재해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은 지역들이 빨리 안정될수록 파괴 지역 재건에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늦은 대응으로 국민들의 빈축을 샀던 1995년 지진으로부터 일본 정부가 배운 것 중 하나다. 물론 당시와 비교하면 파괴 규모가 워낙 크지만 일본 정부는 지난번보다 훨씬 빨리 잘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시민 사회 또한 위기에 힘껏 대응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된다. 대규모의 자원봉사가 일본 각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서로 도와 다시 일어서 보자’는 국민들의 의지는 일본 전역에 널리 퍼져 있다. 자원봉사의 중요성은 한신 지진 때도 드러났다.
어떻든 수많은 정치적 어려움이 산재해 있기는 하지만 일본 정부는 늘어난 지출을 메우기 위해 세수를 늘릴 만한 능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본다. 해외 투자했던 자금들도 돌아올 것이다. 또 높은 부채 때문에 신중히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긴 하지만 정부의 대출 여력 또한 아직 굳건하다고 본다.
단기적으로는 이번 재난이 일본의 성장을 둔화시킬 테지만 건설과 기타 재건 사업에 투자되는 돈이 풀리면서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성장을 촉진시킬 것이라고 본다. 일본 경제는 1990년대 초 이래로 침체를 겪어 왔다. 무엇보다 소비가 촉진되지 않는다는 점이 큰 문제였다. 재건하느라 풀리는 돈들이 내수부진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일본 경제의 회복 능력에 낙관적이다.
다만 한 가지 불확실한 점은 일본의 원자력발전소 문제이다. 지금까지 상황을 보고 있자면 사람들을 보호하고, 위험을 유지하는 민간부문의 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이번 원전사고는 미래 일본이 에너지 전략을 짜는 데도 큰 장애가 될 것이다.
재닛 헌터
■ 재닛 헌터
아시아 리서치센터 소속
19∼20세기 일본경제, 영국과
일본 간 경제관계사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