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왔는데 봄이 온 것 같지 않다는 뜻이다. 종교편향 논란과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으로 정부 여당과 불편한 관계에 있던 대한불교 조계종 안팎에서 요즘 나오는 말이기도 하다.
지난달 총무원이 있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앞에 세워져 있던 ‘정부 여당인사 출입금지’ 팻말이 사라진 데 이어 최근 조계종은 부처님오신날 봉축 기간 중 정부 관계자와 정치인의 개인 신행 활동을 허용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개인 헌등은 가능하지만 직함 없이 이름만 밝히고 의전은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총무원은 지방자치단체 등의 지원금에 대해서도 봉축행사는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행사이기 때문에 수령을 거부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총무원은 일련의 조치에 대해 “출입 자체를 막는 것은 불교적이지 않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이전의 강경한 분위기는 누그러졌다. 그래서 이 조치들이 자연공원 내 전통사찰·문화재보유사찰의 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자연공원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및 불교계와의 소통을 위한 정부 여당의 태스크포스 구성 등과 맥이 통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검찰이 5일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2009년 원장 후보로 등록하면서 제기됐던 승적부 위조 논란과 관련해 무혐의 처분을 뒤집고 재수사를 결정한 것도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종단 내에서 이미 정리된 사안인 데다 불교계 수장에 대한 수사라는 점에서 결과에 따라 큰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2008년에는 경찰이 전 총무원장 지관 스님의 차량을 검문한 것이 서울시청 앞 광장 대규모 법회의 한 원인이 됐다.
총무원의 한 관계자는 요즘 종단 분위기에 대해 “정부의 불교 문화재에 대한 근본 인식이 바뀌어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면서 “원칙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겨울이지만 얼음은 녹고 있는 것 아니냐. 하지만 아직 변수가 많다”고 말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