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촬영한 물소 떼의 대이동과 그에 영감을 받아 만든 구슬장식 미니드레스(). 에스카다코리아 제공
영화 ‘아바타’, ‘데몰리션 맨’, ‘2012’에서 봤던 미래의 모습이다. 이번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보면 영화에서만 나올 법한 상황은 아닌 듯싶다.
이런 상황을 예견이라도 한 것일까? 이번 시즌 많은 디자이너와 브랜드들은 자연으로 눈을 돌렸다. 핫핑크, 노랑, 청록 등 형광펜처럼 눈이 시릴 정도로 화려한 색상보다는 깊고 은은하며 부드러운 색상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2011년 봄·여름 에스까다의 컬렉션은 사진가이자 사회운동가였던 피터 비어드의 작품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뉴욕과 케냐를 오가며 거의 30년간 아프리카의 대지와 자연을 담은 그의 작품은 인간세계의 팽창과 그에 따른 무절제한 개발로 황폐해지는 동물들의 일상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고발한다. 그러면서 자연 질서의 교란, 삶의 질 저하를 비롯해 성난 자연으로부터 대처할 방법을 찾을 것을 제안했다.
아프리카의 광활한 대지를 거닐고 있는 한 무리의 소년들과 그 주변을 장식한 피터 비어드의 핸드페인팅은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실루엣의 사파리룩과 자연에서 채취한 여러 원석으로 장식한 튜브톱으로 재해석됐다. 하늘에서 바라본 물소 떼 수만 마리의 이동은 빛바랜 어두운 회갈색 흑백사진으로 남겨져 단순한 미니드레스의 구슬 장식으로 표현됐다. 전면이 크리스털로 된 클러치백은 자연적인 색감의 커다란 원석으로 장식돼 원시적인 느낌을 강조한다.
드넓은 대지를, 자연을 우리는 ‘어머니의 품’이라고 비유한다. 그만큼 아무 조건 없이 우리를 품어주고 그 안에서 삶을 생성하게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제 자연에서 생성한 패션은 어머니의 품처럼 우리의 살 위에 직접 입혀져 우리의 삶을 치유하려 한다.
패션디자이너·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