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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조달시장 참여하자니… 몸집 줄이는 대형 가구업체

입력 | 2011-04-08 03:00:00


정부는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해 2009년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을 개정해 공공 조달시장에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하기로 했다. 자기자본 500억 원 또는 3년 평균 매출액이 1500억 원을 초과하면 중소기업의 범위를 벗어난다. 단,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3년의 유예기간을 둬 내년 1월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그런데 법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내년부터 조달시장에 참가할 길이 막히게 된 대형 가구업체들이 기업분할 등의 방법으로 몸집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 선두권 업체 “조달시장 포기 못해”

사무용 가구 분야 1위 업체인 퍼시스는 지난해 12월 교육용 가구 사업부를 인적 분할해 ‘팀스’라는 회사를 새로 만들었다. 퍼시스는 교육가구 부문을 전문화하기 위해 팀스를 설립했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조달시장에 계속 참여하기 위한 시도로 보고 있다.

조달청에 따르면 퍼시스는 2010년 가구 부문 공공 조달시장(4200억 원 규모)에서 860억 원의 매출을 올려 20.4%를 차지했다. 2009년 비중은 38%에 달했다.

팀스는 손동창 퍼시스 회장과 부인, 자녀, 임원 등 특수관계인과 퍼시스 계열사의 지분이 40%를 넘어 퍼시스의 실질적인 지배를 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 대·중소기업 간 지분 비율에 따라 중소기업 여부를 판단하는 관계회사 제도로 보면 팀스는 별도의 중소기업으로 분류돼 조달시장에 계속 참여할 수 있다.

가구업계 1위 한샘도 조달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한샘은 올 상반기 중 관계사인 한샘이펙스를 통해 사무용 가구 ‘비츠’를 공식 론칭할 예정이다. 한샘이펙스는 작년 말 기준으로 최양하 한샘 회장(한샘이펙스 대표이사)과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 및 가족, 한샘 임원 등이 9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다. 지분구조, 사무용 가구 진출, 조달시장 진출 경력 등으로 볼 때 업계에서는 한샘이펙스가 조달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설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조달시장 2위를 차지했던 리바트도 조달시장 철수 대신 일부 사업부를 별도 법인화하는 방법으로 조직 개편을 논의하고 있다.

○ 중소업체 법적대응 등 강력 반발

내년부터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했던 중소 업체들은 대형 업체들이 몸집을 줄여 여전히 공공 조달시장에 참여할 움직임을 보이자 법적 대응에 나서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소 가구업체들로 구성된 가구산업발전 비상대책위원회는 “퍼시스가 편법을 동원해 영세 중소기업의 성장 기회를 박탈하려는 파렴치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팀스의 공공시장 진출 철회를 요구했다.

비대위는 지난달 중소기업청이 팀스를 중소기업으로 인정한 것에 대해 행정심판을 청구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섰다.

시행령 개정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사례가 잇따라 나타나면서 중소기업청도 미비점을 보완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기업이 동종의 중소기업을 설립하는 것은 조달시장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행 법 제도 아래에서는 대형 업체들의 편법 참여를 막을 수는 없지만 중소기업 간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유사 사례 발생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