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30). 그는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70)에게 어떤 존재일까. 팀의 주축을 이루는 '대형 엔진', 아니면 활력을 불어넣는 '산소 탱크'?
그동안의 정황을 보면 25년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호'를 이끌고 있는 '노장' 퍼거슨 감독에게 박지성은 소중한 존재임이 틀림없다.
그 이유는 박지성이야말로 퍼거슨 감독이 아주 마음에 들어 하는 스타일의 선수이기 때문이다.
이런 팀을 맡은 퍼거슨 감독은 '평생 일밖에 모른다'는 말을 듣는 스코틀랜드 노동자 계급 출신답게 열정적으로 팀을 지도하며 세계적인 명문구단으로 이끌었다.
이렇게 살아온 퍼거슨 감독이기에 2005년 맨체스터에 입단한 뒤 작은 잡음 하나 일으키지 않고 꾸준한 활약을 해온 '범생이' 박지성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것.
새삼 퍼거슨 감독과 박지성의 관계를 짚어 본 것은 최근 박지성의 이적설이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박지성이 독일 분데스리가의 명문구단인 바이에른 뮌헨으로 간다는 소문은 지난해부터 끊임없이 나오고 있고, 최근에는 맨체스터의 라이벌 팀이라고 할 수 있는 리버풀로의 이적설 까지 나온 상태.
하지만 여러 가지 정황을 볼 때 박지성은 향후 5~6년 더 맨체스터 유니폼을 입고 활약한 뒤 맨체스터에서 은퇴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영국 언론의 반응이다.
오른쪽 허벅지 부상으로 3개월 넘게 재활훈련만 해오던 박지성이 2일 97일 만에 프리미어리그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박지성의 복귀를 앞두고 영국 언론들은 "맨체스터의 우승 여부의 키는 박지성이 쥐고 있다. 남은 7경기에 모두 출전해야 한다"며 박지성을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소리없는 영웅'이라고 평가했다.
팀 공수의 핵으로 불리는 라이언 긱스가 주로 맡아온 중앙 미드필더를 박지성에게 맡긴 것은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그리고 5일 만에 벌어진 유럽 챔피언스리그 축구대회 8강 1차전 첼시와의 경기 때는 박지성을 왼쪽 미드필더로 출전시켰다.
박지성은 중앙과 왼쪽 측면을 오가며 위협적인 슈팅을 날렸고, 수비에서도 첼시의 디디에 드로그바와 니콜라스 아넬카, 플로랑 말루다 등 상대 공격수를 차단하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냈다.
이날 경기를 1-0으로 이긴 뒤 퍼거슨 감독은 "첼시는 미드필드가 두꺼운 팀이다. 그들을 제압하려면 영리하게 대처해야 했다. 그것이 바로 내가 박지성을 내보낸 이유"라며 "박지성은 환상적인 전술을 소화하는 선수다. 오늘도 아주 훌륭하게 해주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내년 6월이면 박지성의 계약이 만료된다. 보통 프리미어리그에서는 계약 종료 1년을 앞두고 구단에서 재계약 협상을 제안한다.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 볼 때 박지성의 이적설은 추측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최소한 3년 이상은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팀의 '산소 탱크'와 '대형 엔진'이자 '완소남'으로 남아 있을 게 틀림없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