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서 우승으로…삼성화재의 힘대한항공에 내리 4연승…5번째 챔피언 영예경험 많은 고참+특급 폭격기 가빈 최고궁합“우린 우승 DNA 있다” 신 감독 지도력 돋보여
신치용 감독
삼성화재가 2010∼2011시즌 V리그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에서 대한항공에 4연승을 거두며 4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정규리그 한때 꼴찌까지 추락했다가 얻은 결과물이라 더욱 값지다. 프로배구 출범 후 7번 챔프전에 올라 5번 정상에 오른 삼성화재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신치용 리더십
삼성화재 신치용(56) 감독은 아마시절에는 경기 전날 선수들 야식을 단속하기 위해 쓰레기통까지 뒤졌다. 프로가 된 지금도 바뀌지 않는 게 하나 있다. 선수들이 게임을 하거나 수다를 떨다가 잠 설치는 걸 방지하려고 경기 전날 휴대폰을 모두 수거한다.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아는 탁월한 지도력도 돋보였다. 삼성화재는 2라운드까지 꼴찌였다. 한 순간 동네 북 신세가 됐다. 선수들은 순식간에 패배의식에 젖었다. 그러나 신 감독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자신부터 마음을 다잡았다. 2라운드 이후 새벽 6시에 눈이 쌓인 트레이닝센터를 뛰는 것으로 새롭게 시작했다. “실망하지 말자. 14년 간 결승에 오른 우리는 우승 DNA가 있다. 한 번 해보자”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가빈의 진화
캐나다 출신 가빈 슈미트(25)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커 일부에서는 ‘몰빵배구’라는 비난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가빈은 처음부터 끝까지 신 감독이 만들어 낸 선수다. 신 감독은 2009년 봄, 제대로 스텝조차 밟지 못하던 가빈을 데려왔다. 2007년 현대캐피탈에서 테스트를 받고 떨어진 선수였지만 높은 점프력과 큰 키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봤다.
신 감독은 “많은 훈련으로 너를 성장시켜 주겠다”고 약속했고, 가빈도 성실함으로 화답했다.
좋아하는 높이와 코스로 볼이 오면 여지없이 강타를 코트에 꽂았다. 듀스 접전이나 매치 포인트 등 1점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서 확실한 해결사였다.
동료애도 무시할 수 없다.
코트에서 동료들이 실수하면 집중하라고 질책했다. 다른 외국인 선수들에게 여간해서 볼 수 없는 모습. ‘몰빵배구’ 비판에 대해 “더 이상 그 질문은 받지 않겠다. 배구는 혼자 하는 게임이 아니다. 동료들이 있기에 내가 있다”며 노골적으로 불쾌해 했다.
신 감독도 “가빈 그 녀석은 외국인 같지가 않다. 대단하다”며 웃음 지었다.
주장 고희진(31)과 최고참 여오현(33)은 팀의 정신적 지주였다. 고희진은 고비 때마다 결정적인 블로킹으로 흐름을 가져왔고, 여오현은 최고 리베로답게 신들린 디그로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고희진은 “오현 형이 아빠면 난 잔소리 많이 하는 엄마다. 항상 후배들을 독려했다”고 말했다.
고참 선수들의 비중은 큰 경기에서 더 잘 드러났다. 삼성화재는 프로 출범 후 한 번도 빠짐없이 매 시즌 챔프전을 치렀다. 우승 DNA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세터 유광우와 레프트 김정훈, 신으뜸 등 주전으로 첫 시즌을 치르거나 벤치를 지키다가 갑자기 투입된 선수들도 실수 없이 제 몫을 해냈다.
고희진은 “결승전은 정말 다르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아마추어 배구도 결승전은 각별하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윤태석 기자 (트위터@Bergkamp08) sport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