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동아 취재진이 케이블TV 채널 에브리원의 인기 프로그램 ‘복불복쇼2’의 제작현장을 찾았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1년 동안 방송을 위해 준비했던 기상천외한 음식을 모두 공개해 피할 수 없는 음식대결을 펼쳤다. (아래사진 왼쪽부터) 간장가루와 소 오줌을 한 입에 들이킨 장동민, 강예빈, 유상무.
먹어봐야 실감나는 기사쓴다고?
남희석 꾀임에 넘어간 기자
약하다는 간장가루 한입∼후회가
내침김에 거위기름도…헛구역질만
출연진들 긴장한 이유 이제야 알았네
소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특별히 가리는 음식도 없다. 중국 유학 시절에는 독특한 길거리 간식이 가득한 베이징 왕푸징의 샤오츠지에(간식 거리)에서 굼벵이, 전갈, 불가사리 꼬치도 먹어봤다. 그런 기자에게 남다른 도전의욕을 준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케이블TV 채널 에브리원 ‘복불복쇼’다. 세계 각국의 기상천외한 음식을 소개하는 이 프로그램은 2008년 이경규 진행으로 시작했고, 지난해 3월부터 남희석이 바통을 이어 받았다. 부푼 도전심과 중국 유학에서 쌓은 약간의 자신감을 안고 ‘복불복쇼’ 시즌 2 녹화를 하는 서울 목동의 한 스튜디오를 찾았다.
# 오늘의 음식을 소개합니다
이날 주제는 ‘창고 대방출, 제작진이 미쳤어요!’ 1년간 방송을 위해 준비했던 음식 재료를 모두 내놓았다. 진행자 남희석,고정 게스트 백보람, 장동민, 유상무, 강예빈, 양세형이 마치 선생님에게 혼날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처럼 긴장한 표정이다. 여섯 명의 목표는 똑같다. ‘나만 아니면 돼!’
제대 후 ‘복불복쇼’에 합류한 양세형이 첫 희생양로 선정됐다. 그가 선택한 건 정어리 토마토 소스 통조림. 냄새를 맡은 게스트들이 “야채참치 같네”고 말하지만 정작 한 숟가락 입에 넣은 양세형은 구역질을하며 온몸을 비틀었다. 진행자 남희석의 표현처럼 “그분이 오신 것”이다
타바스코 핫소스가 당첨된 유상무가 삼키지 못하고 울상을 짓자 남희석이 입을 헹구라며 물을 건넸다. 그런데 갑자기 유상무가 놀란 듯 물을 뱉었다. 말로만 듣던 소오줌이었다. 시골에 가면 맡을 수 있는 냄새가 스튜디오를 가득 채웠다. “아, 정말 장난이 아니구나.”
# 하필 가는 날이 장날…ㅠ
‘나만 아니면 돼’라는 게스트들의 마음을 이해할 때쯤 남희석이 갑자기 기자를 스튜디오로 불렀다. “직접 먹어봐야 실감나는 기사를 쓸 수 있다”며 부추기는 통에 장동민과 함께 가장 약하다는 간장가루를 입에 털어 넣었다. ‘이게 약한 재료라고?’ 간장 가루를 입에 넣으니 혀는 마비되는 것 같다. 마치 간장 원액 몇 스푼을 그대로 먹는 것 같다. 목 넘김은 그야말로 아찔했다. 내친김에 프랑스에서 요리할 쓴다는 거위 기름도 맛봤다. 노란색의 기름을 몸에 좋은 올리브유라고 생각하고 한 스푼 입에 넣었다. 참기름, 콩기름, 식용유 정도로 상상하면 오산이다. 비릿한 기름이 목에 감기면서 자연스럽게 구역질을 유도했다.
스포츠동아 김민정 기자가 복볼복 게임에 참여해 주사위를 던지고 있다.
# 공포의 취두부와 소오줌
신이 난 남희석이 두 가지를 더 추천했다. 바로 소오줌과 취두부(발효두부). 게스트들이 가장 피한다는 공포의 메뉴다. 소오줌은 인도의 힌두민족자결단이 판매하는 음료로 암소를 숭상하는 그들이 소의 배설물도 귀하게 여겨 파는 것이라 했다. 취두부는 생두부에 곰팡이를 접종한 뒤 숙성시킨 두부로 중국에서는 그냥 먹거나 튀김이나 탕으로 요리해서 먹는다. 남희석이 냄새부터 맡아보라며 취두부 뚜껑을 열었다. 냄새를 채 맡기도 전에 “우엑”하는 소리와 함께 일주일 전에 먹었던 김치찌개까지 올라올 기세였다. 다행히(?) 이 공포의 메뉴 시식은 동행한 사진 기자에게 돌아갔다. 휴∼.
# ‘복불복쇼’ 이색 음식, 추천부터 섭외까지
녹화 틈틈이 스튜디오에 나온 음식 재료들을 꼼꼼히 살펴봤다. 흔히 볼 수 있는 불가사리, 자충(흙바퀴), 감식초, 까나리 액젓부터 엘크, 방울뱀, 버팔로, 악어 통조림, 제비집음료, 왕개미, 돼지뇌 통조림까지. 이 음식들은 다 어디서 오는 것일까?
‘복불복쇼’ 이순옥 PD는 “작가와 PD들이 세계 각지에 있는 음식을 연구하는 인터넷 블로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조사, 수집한다. 애청자들이 추천하는 음식도 많아졌다. 재료는 주로 세계 각지의 한인회를 통해 공수한다. 이제는 한인회에서도 이색적인 현지 음식이 있으면 미리 부탁하지 않아도 자료와 함께 음식을 보내주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김민정 기자 (트위터 @ricky337) ricky337@donga.com
사진|국경원 기자 (트위터 @k1isonecut) onec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