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사람이 논문 안쓰면 뭘하겠어요”과기연합대학원대학교 졸업
석·박사 과정 54개월 동안 유명 국제학술지에 논문 62편 발표, 특허 출원 4건, 국가지정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가 꼽은 ‘한국을 빛낸 사람들’ 선정. 올해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UST)를 졸업한 노성운 박사(33·사진)의 이력이다.
US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연구자들이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을 평균 5.4편 썼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노 씨의 연구실적은 단연 두드러진다. SCI급 논문을 매달 1편 이상 냈다는 얘기.
그는 처음부터 연구자가 되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경제적 사정이 넉넉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생인 동시에 연구소 직원이라 월급이 나왔죠. 연구소가 곧 캠퍼스이니 일반 대학에는 없는 연구 기자재도 있고요.”
노 씨는 2006년 9월 생명공학연구원 소속 석사과정 학생이 된 지 3개월 만에 첫 논문을 써냈다. 고온이나 고염(高鹽) 등 극한 환경에서만 자라는 고세균이 주제였다.
그가 주목한 것은 전통식품. 된장과 고추장을 뒤지다가 새우젓에서 고세균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처음이었다. 그는 이 고세균에 ‘젓갈(jeotgal)’이라는 이름을 붙여 국제 공인을 받았다. 이 논문은 영국의 유명 학술지에 실렸다.
“제가 잘해서라기보다는 고세균이 국내에서는 거의 연구가 안 된 분야거든요. 많은 논문을 빨리 쓸 수 있었던 것은 나름의 ‘블루오션’을 찾았기 때문이죠.”
왜 논문을 많이 썼느냐는 질문에 그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공부하는 사람은 논문이 전부이기 때문이죠.”
노 씨는 현재 경희대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한다. 이공계라면 해외대학 학위가 필수가 아니냐고 묻자 “그런 인식이 타파되고 있는 것 같아요. 바이오 분야 인프라는 우리나라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