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데 덮친격으로 교수 자살… ‘서남표 거취공방’ 학내외 확산
최근 학생과 교수의 잇단 자살로 KAIST가 개교 이래 최대 위기를 맞으면서 서남표 총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내 일부 교수와 학생들이 서 총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가운데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국회에서는 조만간 서 총장을 출석시켜 책임을 추궁할 예정이다. 반면 학생들의 잇단 자살과 서 총장의 진퇴는 별개 문제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서 총장의 개혁 정책에 대한 교내의 지지도 반대 못지않다.
이번 사태의 해법을 찾기 위한 KAIST 안팎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하지만 10일 세계적인 연구업적을 자랑하던 과학자 교수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자 KAIST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 교수 자살에 전 직원 비상 출근
KAIST는 11, 12일을 자살한 학생들에 대한 애도기간으로 정했다. 또 이 기간에 수업은 하지 않고 1만여 명의 학생과 580명의 교수가 학과별로 자살사건을 포함한 학교 문제에 대한 토론을 벌인다. 여기에서 모아진 의견을 토대로 12일 오후 2차 총장-학생 간담회를 갖는다. 학교 관계자는 “수업을 뒤로한 채 학교 현안을 논의하는 것은 개교 이래 처음”이라며 “학생과 학교 간 의견차를 좁히고 KAIST의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수협의회는 문제의 원인 파악과 해법 모색을 위해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다.
P 교수의 자살과 관련해 교육과학기술부는 2월 실시한 종합감사 결과를 6, 7일 KAIST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교과부 감사에서는 학생 연구용 인건비가 포함됐다. 이는 지난해 KAIST 대학원 총학생회의 설문조사에서 응답한 대학원생 900명 가운데 20.3%가 인건비를 받은 적이 없으며 이들을 포함해 47.8%가 월 40만 원 미만의 인건비를 받는다고 대답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학교 측이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명예훼손과 관련된 부분이 많아 세부 내용을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 리더십에 대한 엇갈린 평가
한 포털사이트에서는 서 총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이 벌어졌다. 서명운동 제안자는 “KAIST는 이공계통의 대한민국 영재들을 모아 놓은 대학인데 성적 지상주의로 그들의 인격과 배움의 가치를 순위 매겨 낙인찍는 것은 어떤 교육보다 나쁜 교육”이라며 “서 총장은 자진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KAIST 학생전용 사이트에 ‘서남표 총장님 힘내세요’라는 글을 올린 4학년 휴학생은 “수학 과학 기반이 없는 전문계고나 일반고 출신을 제외하고 정말 최선을 다했음에도 학점이 3.0(등록금 부과 기준) 이하로 나오는 사람이 대체 KAIST에 몇이나 있느냐”며 “학비를 부과하면서 ‘책임감’을 강조한 서 총장 생각에 동의한다”고 강조했다.
해외에 나가 있다는 졸업생도 “연구하기 싫은 교수 떠나라, 공부하기 싫은 학생 떠나라고 당당히 말씀하시는 (서 총장의) 소신에 동의한다”며 “자기 옆에 있는 사람(자살한 학생)을 돌아보지 못한 친구와 좋은 멘터가 되지 못한 교수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 긴급 이사회, 총장 국회 출석 등 분주
일각에서는 15일 열리는 KAIST 긴급 이사회에서 교과부가 서 총장의 해임안을 안건으로 올릴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하지만 오 이사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KAIST 당연직 이사인 교과부 관계자도 “아직 안건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해임안을 제출할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18일에는 국회에서도 이 문제가 다뤄진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가 교과부 업무보고 시간에 서 총장을 출석시켜 원인과 대책 등에 대해 따져 물을 예정이다. 진보신당 등이 서 총장의 책임 사퇴를 요구하고 있어 거취 공방도 예상된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