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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주차요금 할인… 손주 돌보면 보조금…

입력 | 2011-04-11 03:00:00

서울-경기 지자체 이색 출산장려 프로그램




《 “내 아(아이)를 나∼도(낳아줘)!” 한때 경상도 남자의 청혼법이라며 유행한 이 말에는 ‘결혼=출산’ 공식이 들어 있었다. 그만큼 출산은 과거만 해도 당연한 일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둘째나 셋째 등을 낳는 ‘다둥이 엄마’에게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투어 출산 장려금을 주고 ‘애국자’라며 대접을 해준다. 아이를 낳으면 돈을 받는 시대가 된 셈. 하지만 금전적인 보상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좀처럼 높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

최근 지자체들의 출산장려정책이 색다른 아이디어로 풍성해졌다. 임신부를 패션모델로 세운 경기도의 ‘경기맘 D라인 패션쇼’(위), 서울 동대문구의 ‘행복한 우리 아이’ 사진전(가운데),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동작구의 ‘연애특강’. 각 자치단체 제공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출생 사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평균 자녀 수)은 1.22명으로 나타났다. 2009년(1.15명)보다 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저출산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각 지자체들은 물질적 보상 아닌 아이디어를 앞세운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 연애 특강·사진전… 색다르게 접근


6일 오전 9시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 법학관. 100여 명의 학생들 앞에 선 사람은 한 결혼정보회사 커플매니저 이명길 씨다. ‘연애에 필요한 기술’ ‘고수들의 연애 필살기’ 등 연애 얘기에 학생들은 “법학관에서 웬 연애특강?”이라면서 귀를 쫑긋 세웠다. 이 프로그램은 동작구에서 마련한 대학생 대상의 ‘스마트 연애특강’ 프로그램. 동작구 관계자는 “출산율을 높이려면 결혼하는 비율부터 높여야 한다”며 “연애가 결혼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결혼 잠재 대상인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 시내 자치구들이 펼치는 출산장려정책들은 보조금 지급 등 ‘직접적’인 지원책에서 간접적인 방식으로 바뀌었다. 동대문구가 최근 진행하는 ‘행복한 우리 아이’ 사진 공모전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임신 출산 가족의 행복함 등을 주제로 사진전을 열어 출산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취지다.

○ 한의학 치료로 건강관리도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곳도 있다. 송파구는 출산 후 자녀 양육에 부담을 느끼는 부부가 많다는 것에 착안해 가까운 거리에 사는 조부모, 이른바 ‘위성 가족’에서 해법을 찾았다. 맞벌이 부부 아이(만 12세 이상) 양육을 조부모가 하면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아이 돌보미 사업’을 추진 중이다. 송파구 관계자는 “저출산 및 노인 일자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서초구는 지난달부터 두 자녀 이상 가정(다둥이 행복카드 소유자)에 거주자 우선주차 사용요금을 20% 할인해주고 있다.

인천시는 한의학을 접목한 출산장려정책을 펼치고 있다. 6월까지 1년 이상 임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임 여성 100명을 대상으로 주 3회 침, 뜸, 약침 시술 등 한의약 치료를 할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인천시한의사회는 ‘저출산 극복 민·관 협력 한의학 난임치료 사업’ 업무협약을 맺었다.

‘출산=축제’임을 강조하는 이벤트도 있다. 최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린 ‘경기맘 D라인 패션쇼’는 배가 나와 몸매가 ‘D라인’이 된 임신부들에게 자신감을 주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행사를 주최한 경기도는 경기북부지역의 섬유산업과 연계해 결혼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다문화 임부복 패션쇼’도 검토 중이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