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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北 식량 실태’ 추산 발표 왜 지연되나

입력 | 2011-04-11 06:17:05

식량지원 부정적 시각과 무관치 않은듯




북한 식량 실태에 대한 우리 정부 차원의 추계 발표가 지연되고 있어 배경이 주목된다.

정부는 주로 연초에 북한의 전년도 식량(곡물) 생산량과 이를 바탕으로 해당 연도 식량 부족분을 추산해 발표해왔다.

농촌진흥청 등이 기후·토질 등을 북한 환경에 맞춘 상태에서 시뮬레이션 성격의 시험 재배를 한 결과와 외국 기관의 평가치, 북한이 실제로 밝힌 생산량 등을 토대로 유관 부처 간 평가회의를 거쳐 매년 북한의 식량 상황을 추정해왔다.

지난해 2월에는 2009년 북한의 식량 생산량을 411만t으로 추산하고, 소요량에 비해 지난해 129만t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2년 전인 2009년 2월에도 북한의 전년 식량 생산량이 431만t으로 추산돼 117만t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었다.

그러나 올해는 4월 중반에 접어드는 11일 현재까지도 추계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세계식량계획(WFP)을 비롯한 유엔기구의 북한 식량실태에 대한 보고서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국제기구의 추정치를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설명해왔지만, 최근에는 이렇다 할 설명이 없다.

정부의 이 같은 태도는 대북 식량지원이 국제사회의 화두가 된 상황에서 자체적인 식량 추계 발표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식량사정에 대해 정부는 만성적 식량난을 겪고 있지만, 올해 역시 대규모 지원을 해야 할 정도의 급박한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9일 "북한의 지난해 작황은 재작년(411만t)보다 못하지 않다.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여기에다 정부 내부에서는 북한의 국제사회에 대한 식량지원 요청이 2012년 강성대국을 염두에 둔 비축용이라는 의혹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몰두할 뿐 주민의 식량난 해결에 전혀 성의를 보이고 있지 않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현 장관은 "북한의 식량지원 요청은 재고량에 대비하는 것"이라며 비축 의혹을 제기했다.

다른 정부 당국자도 "북한이 한 손에는 핵과 미사일을, 한 손에는 외부로부터의 식량지원 등 두 손에 떡을 쥐려 한다"며 북한의 진정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달 25일 발표된 WFP 등 유엔기구의 보고서에 대한 신빙성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WFP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2011년 86만7000t 부족이 예상된다'고 했다가 불과 4개월 만에 '100만t 이상이 부족하다'고 보고한 것은 북한 측 제공 자료에만 의존한 결과물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판단을 근거로 북한에 대한 대규모 식량지원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식량사정 등 인도주의적 상황과 전반적 남북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원칙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북한 식량실태에 대한 추계치를 발표해 대북 식량지원 논의 흐름에 '땔감'을 제공하고 싶지 않다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정부가 북한 식량 추계를 내부적으로는 마무리하고서도 발표를 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올해는 아예 북한의 식량실태 추계치를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정부 당국자는 "현재 추계치를 낼 생각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올해는 추계치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국제사회의 대북 식량지원이 화두가 된 상황에서 국제기구의 추계치와 크게 어긋나면 신뢰성 논란이, 비슷한 추계치를 내놓으면'그런데 왜 식량지원을 하지 않느냐'는 논란을 정부가 의식한 것으로 보이며, 이 때문에 추계치를 차일피일 미루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