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만큼의 노력? 2,3배 더 노력해야!종일 일하고 새벽까지 연습해 ‘나’를 만들었죠”
인천 문일여고 3학년 이지은 양은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바이라’ 숍에서 스타 헤어디자이너 민상 원장을 만났다. 민상 원장은 “꿈이 있다면 미쳤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노력해야 한다”며 “남들보다 2, 3배 더 노력해야만 다른 사람들과의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뷰티숍 바이라(VAIRA). 바이라는 산스크리트어로 ‘다이아몬드와 같은 불멸의 아름다움’을 뜻하는 단어다. 이곳을 이끄는 사람은 민상 원장(38). 그는 김혜수, 손예진, f(x), 현빈 등 대한민국 유명 연예인의 헤어스타일을 연출한 스타 헤어디자이너다. 최근 인천 문일여고 3학년 이지은 양(18)은 ‘신나는 공부’ 덕분에 민상 원장을 만날 수 있었다. 민상 원장은 분주했다. 인터뷰를 위해 예약고객을 받지 않았지만 그를 찾는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인터뷰를 시작하려는 찰나 또 한 번 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배우 김혜수 씨였다. 양해를 구한 민상 원장은 스마트폰으로 김혜수 씨가 원하는 헤어스타일 사진을 받고 일정을 조정했다. 곧 인터뷰가 시작됐다. 이 양은 또렷한 목소리로 첫 번째 질문을 던졌다.》
○ 컴퓨터전문가 꿈꾸던 중학생, 헤어디자이너에 도전
“스타 헤어디자이너가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셨는지 궁금해요.”(이 양)
“제가 처음 공부를 시작했던 1990년대 초만 해도 전문적인 미용학교는 찾아보기 힘들었어요. 열아홉 살 때 3개월 정도 학원을 다녀 미용자격증을 따고 헤어뉴스라는 숍에 들어가 약 2년간 일을 했어요. 전환점은 군대를 다녀오고 스승인 닉 모토야 선생님을 만나면서였어요. 그분은 영국의 유명 헤어디자이너 비달사순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은 최초의 동양인이셨죠.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 긴자에 있는 ‘NICK IN TOKYO’에서 일하며 많은 걸 배웠어요. 그 뒤로 서울 압구정동 NICK IN TOKYO 실장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헤어디자이너 경력을 쌓기 시작했어요.”(민상 원장)
“지금은 포토숍 같은 그래픽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누구나 손쉽게 그림을 그릴 수 있죠. 하지만 제가 고등학생일 때는 동그라미 하나를 그리려면 A4용지 한 장 분량의 프로그램을 짜야했어요. 공부의 끝이 보이지 않고 막막했어요. 그러던 중 남성 헤어디자이너들의 삶을 다룬 TV 아침방송을 보게 됐죠. 한 눈에 헤어디자이너의 매력에 빠져버렸어요. 이상하리만큼 도전해보고 싶다는 의욕이 샘솟았어요. 그래서 아버지 몰래 대학등록금으로 미용학원을 등록해버렸죠(웃음).”(민상 원장)
“헤어디자이너가 되려면 어떤 과정을 준비해야 하나요?” 민상 원장의 도전기를 듣던 이 양이 물었다.
“지금은 뷰티미용학과가 있는 대학이 굉장히 많아요. 관련학과에 진학하는 것이 일반적 방법이에요. 보통 미용관련 학교를 졸업하고 현장에서 4, 5년 경험을 쌓으면 헤어디자이너가 될 수 있어요. 하지만 학과와 상관없이 열정만 있으면 헤어디자이너가 되는 길은 열려있어요. 우리 가게에는 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은행에 근무하다 헤어디자이너가 되겠다고 들어온 스물일곱 살의 남자 직원도 있어요. 직업 전망은 좋다고 봐요. 우리 가게 디자이너 중에도 억대 연봉을 받는 사람이 적지 않아요.”(민상 원장)
○ 미쳤다고 생각한 순간, 꿈은 이루어진다
“미용학원이나 대학 관련학과를 나오고 유명한 선생님 밑에서 경력을 쌓는다고 모두 훌륭한 헤어디자이너가 되는 건 아니에요. 저는 은사를 비롯해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기도 했지만, 미쳤다고 생각할 만큼 이 일에 몰입했어요.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일하고 가게에 남아 새벽까지 연습했죠. 미용실 구석에서 잠깐 눈을 붙인 뒤 샴푸대에서 씻는 생활을 반복했어요.”(민상 원장)
민상 원장은 헤어디자이너로서 언제 보람을 느낄까? 그는 자신이 연출한 헤어스타일이 사회적 이슈가 될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2009년 TV 드라마 ‘스타일’에서 잡지사 편집장으로 나온 김혜수 씨의 짧은 머리를 연출했어요. 그 뒤로 드라마 속 유행어를 본 뜬 이른바 ‘엣지헤어’가 유행했죠. 미국행 비행기에서 관련 기사를 보는데 뿌듯하더라고요. 꼭 사회적으로 주목받지 않아도 손님이 제가 해준 머리가 예쁘다고 즐거워하면 보람을 느껴요.”(민상 원장)
하지만 어려운 면도 없잖다. 체력적인 부담을 빼놓을 수 없다. 요즘은 주5일 근무를 하는 헤어디자이너도 많아졌지만 직업 특성상 정해진 휴일이 없다. 체력적인 면에서 남자 헤어디자이너가 유리한 편. 하지만 여자보다 상대적으로 섬세함이 떨어져 기술을 배울 때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수도 있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외국보다 헤어디자이너가 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외국은 커트리스트, 컬러리스트처럼 분야별로 전문화되어 있지만 우리나라는 헤어디자이너가 모든 분야를 잘해야 하기 때문.
“자신은 노력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남들이 하는 만큼의 노력은 노력이라고 할 수 없지 않을까요? 다른 사람보다 2, 3배 노력하지 않으면 나만의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없어요. 더 노력하세요. 남들이 하지 않는 일도 찾아 도전하세요. 꼭 헤어디자이너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거예요.”(민상 원장)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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