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우리 밭에도?..."땅 파보라"는 전화폭주金溝.金川.金山 등 황금 상징의 지명도 한 몫일제시기부터 1980년대까지 沙金 채취로 흥청
"혹시 돈다발이나 금괴가 파묻혔을지 모르니 땅 한번 파봐!"
요즘 전북 김제시 금구면 사람들은 외지에 있는 친인척이나 지인들로부터 하루 수십 통의 이 같은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를 통해 이모씨 형제가 벌어들인 110억 원대의 돈다발이 묻혔다가 발견된 곳이 바로 김제시 금구면 선암리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주민 중 일부는 실제 자기 밭이나 논에 돈다발이 금이 묻혀 있을지 모른다는 '즐겁고 엉뚱한' 설렘과 망상에 사로잡혀 영농철임에도 일손을 놓고 있다고 한다.
금구면 선암리 김모(46) 이장은 "표면적으로는 무덤덤하다. 속내까지 들어갈 볼 수 없어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은근히 '나도 밭을 파볼까'라고 생각하는 주민들도 더러 있는 것 같다"라고 귀띔했다.
금구면(金溝面)은 김제시(金堤市) 금천(金川)·금산(金山)과 연접하고 천년고찰금산사(金山寺)를 고즈넉이 품고 있다.
이들 지명이 한결같이 돈을 상징하는 쇠 금(金)자를 앞머리에 쓰는 것도 기이하다면 기이하다.
이장 김 씨도 "어렸을 적 동네 할아버지들은 어느 개천에서나 정과 망치를 이용해 금가루를 채취했다"면서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하루 5만원 가량을 늘 그렇게 벌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본강점기에는 겨울이 오기 전에 만주 사람들이 삽 한 자루만 들고 무작정 걸어서 김제로 왔다. 겨우내 금을 캘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삯은 고사하고 굶어 죽는 것만 면하고 나면 이듬해 봄 또 만주로 그렇게 떠나곤 했다"고 한 노인은 회상했다.
그 노인은 "당시 금 캐는 사람들이 말한 바로는 김제에는 어른 몸만큼의 금이 묻혀 있다고들 했다"면서 "몸통만큼은 일본 사람들이 다 캐갔고, 다리와 팔 등에 해당하는 나머지는 해방 이후부터 1980년대까지 채굴업자들에 의해 다 발굴됐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새만금도 그렇다.
그래서 새만금은 많은 돈, 즉 노다지의 땅으로 해석된다.
이번 110억원대 사건의 돈이 불법자금이기는 하지만 김제가 이래저래 돈과 연관이 있는 이름을 가진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김제시 관계자는 "이번에 돈다발이 발견된 밭 근처의 논·밭을 소유한 주민들은 땅을 파보고 싶은 호기심이 강한 것 같다"면서 "하지만 경찰이 이미 샅샅이 뒤졌기 때문에 중장비를 동원해 땅을 뒤집는다면 괜히 대여비만 낭비하고 농사도 못 짓는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