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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억원 돈다발 발견된 ‘노다지의 땅’ 金堤

입력 | 2011-04-11 15:57:14

혹시 우리 밭에도?..."땅 파보라"는 전화폭주
金溝.金川.金山 등 황금 상징의 지명도 한 몫
일제시기부터 1980년대까지 沙金 채취로 흥청




"혹시 돈다발이나 금괴가 파묻혔을지 모르니 땅 한번 파봐!"

요즘 전북 김제시 금구면 사람들은 외지에 있는 친인척이나 지인들로부터 하루 수십 통의 이 같은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를 통해 이모씨 형제가 벌어들인 110억 원대의 돈다발이 묻혔다가 발견된 곳이 바로 김제시 금구면 선암리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곳 김제시 금구면을 비롯해 금천·금산면은 예로부터 동네 개천에 금가루가 시글시글했던 곳이기에 "땅을 파보라"는 안부 전화는 별 무리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때문에 주민 중 일부는 실제 자기 밭이나 논에 돈다발이 금이 묻혀 있을지 모른다는 '즐겁고 엉뚱한' 설렘과 망상에 사로잡혀 영농철임에도 일손을 놓고 있다고 한다.

금구면 선암리 김모(46) 이장은 "표면적으로는 무덤덤하다. 속내까지 들어갈 볼 수 없어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은근히 '나도 밭을 파볼까'라고 생각하는 주민들도 더러 있는 것 같다"라고 귀띔했다.

금구면(金溝面)은 김제시(金堤市) 금천(金川)·금산(金山)과 연접하고 천년고찰금산사(金山寺)를 고즈넉이 품고 있다.

이들 지명이 한결같이 돈을 상징하는 쇠 금(金)자를 앞머리에 쓰는 것도 기이하다면 기이하다.

마을 사람들은 "모악산 자락에서 흘러내린 물을 만나는 곳은 모두 금으로 변하고 한반도의 자궁인 금천저수지는 김제·만경평야를 비옥하게 해 모든 백성을 먹여 살린다는 풍수지리설도 있으니 땅을 파보고 싶은 욕심이 말짱 헛생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장 김 씨도 "어렸을 적 동네 할아버지들은 어느 개천에서나 정과 망치를 이용해 금가루를 채취했다"면서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하루 5만원 가량을 늘 그렇게 벌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본강점기에는 겨울이 오기 전에 만주 사람들이 삽 한 자루만 들고 무작정 걸어서 김제로 왔다. 겨우내 금을 캘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삯은 고사하고 굶어 죽는 것만 면하고 나면 이듬해 봄 또 만주로 그렇게 떠나곤 했다"고 한 노인은 회상했다.

그 노인은 "당시 금 캐는 사람들이 말한 바로는 김제에는 어른 몸만큼의 금이 묻혀 있다고들 했다"면서 "몸통만큼은 일본 사람들이 다 캐갔고, 다리와 팔 등에 해당하는 나머지는 해방 이후부터 1980년대까지 채굴업자들에 의해 다 발굴됐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새만금도 그렇다.

만경과 김제의 지명에서 비롯된 '만금(萬金)'에 새롭다는 뜻의 '새'가 붙어 '새만금'이 됐다.

그래서 새만금은 많은 돈, 즉 노다지의 땅으로 해석된다.

이번 110억원대 사건의 돈이 불법자금이기는 하지만 김제가 이래저래 돈과 연관이 있는 이름을 가진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김제시 관계자는 "이번에 돈다발이 발견된 밭 근처의 논·밭을 소유한 주민들은 땅을 파보고 싶은 호기심이 강한 것 같다"면서 "하지만 경찰이 이미 샅샅이 뒤졌기 때문에 중장비를 동원해 땅을 뒤집는다면 괜히 대여비만 낭비하고 농사도 못 짓는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