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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권순택]인터넷 도박 수익금

입력 | 2011-04-11 20:00:00


카리브 해의 섬나라 앤티가 바부다는 인구 9만 명의 소국(小國)이다. 2009년 국내총생산(GDP)이 약 12억 달러였지만 관광 도박 등 서비스업이 74%나 됐다. 이 나라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미국 인터넷 도박업자들이 떼돈을 벌어들이는 해외본부였다. 앤티가 바부다에서 사업 허가를 받은 도박업자들이 미국인을 상대로 하는 온라인 도박사업으로 번성하자 미 의회는 미국인의 인터넷 도박 금지법을 만들었다. 앤티가 바부다는 이 법이 자유무역 원칙에 어긋난다며 2004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지만 패소해 큰 타격을 입었다.

▷1995년 처음 등장한 인터넷 도박은 전 세계적으로 ‘불법 성장산업’으로 급부상했다. 사이버 불법 도박은 인터넷만 연결되면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다. 국가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외국에 사이트를 개설할 경우 처벌이 어려워 각국이 골치를 앓고 있다. 인터넷 도박이 각종 검은돈의 세탁에 이용되는 것도 문제다. 각국이 불법 온라인 도박을 규제하는 법을 만들고 국제 공조 활동을 하지만 사이버 도박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전북 김제의 한 마늘밭에서 불법 인터넷 도박 사업으로 벌어들인 수익금 110억여 원이 발견됐다. 2009년 11월 인터넷 도박장 개장 죄로 수감된 처남의 부탁을 받은 매형이 플라스틱 김치통에 담아 밭에 묻어 뒀던 돈의 일부를 생활비로 쓰고 “돈이 없어졌다”고 경찰에 신고하는 어설픈 자작극을 벌였다가 들통이 났다. 마늘밭 돈다발을 통해 5만 원권이 검은돈 은닉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2월 서울의 한 백화점 물품보관소에서도 불법 도박사이트 업자들이 숨겨 놓은 수익금 11억 원이 우연히 발견된 적이 있다.

▷국내 인터넷 도박사범은 2008년 이후 모두 4만2665건이나 적발됐다. 경찰은 지난해 불법 카지노 도박, 사행성 오락, 스포츠 도박사이트의 매출 규모를 약 10조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마늘밭에서 적발된 110억 원에는 사이버 도박에 빠져 돈을 갖다 바친 중독자들의 한숨이 서려 있을 것이다. 도박사이트 서버가 대부분 해외에 있고 평균 3주 단위로 도메인이 바뀌기 때문에 전체 사이버 도박 규모를 파악하기도 어렵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