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주행 허용 1년 지났지만 한해 100대도 안팔려
7일 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을 찾았다. 이마트는 지난해 5월 31일부터 전기차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5층 주차장 한구석에 있는 충전소는 주차 방지시설물로 막혀 있었다. 담당자는 “충전기를 거의 사용한 적이 없고 언제 사용했는지 기록도 없다”고 말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의 전기차충전소는 민간 부문이 설치한 유일한 충전소다. 현재 서울 시내에는 총 63곳의 전기차 충전시설이 있다. 대부분 25개 자치구 청사 주차장이나 한강공원관리소에 설치돼 있다. 전국적으로는 150개가 설치돼 있다.
전기차 충전시설이 미미한 이유는 정작 충전을 해야 할 전기차가 없기 때문이다. 3월 기준 등록된 전기차 대수는 총 93대다. 저속전기차가 79대, 남산순환도로를 달리는 전기버스가 9대, 서울시가 전기차로 개조해 쓰는 ‘카니발’이 5대다. 월별 평균 전기차 판매량은 8.09대에 불과하다. 민간에서 사간 것은 거의 없고 대부분 관공서 업무용 차량으로 보급됐다. 기대를 모았던 전기차 시장 자체가 열리지 않은 셈이다.
저속전기차를 생산하는 국내 중소업체는 아사 직전이다. 한때 녹색성장기업으로 각광받던 CT&T는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지난달 말 회사 매각이라는 극단적 결정을 내렸다.
고속전기차가 보급되는 올해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정부는 최근 전기차 육성책을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보조금 정책도, 비록 수혜자가 공공기관으로 한정돼 있지만 시행 직전이다.
현대자동차는 ‘블루온’ 250대를, 르노삼성자동차는 ‘SM3 Z.E’ 100여 대를 정부에 팔 계획이다. GM의 ‘볼트’, 중국 BYD의 ‘e6’ 등 수입 전기차도 시장을 기웃거리는 중이다.
하지만 고속전기차 시장의 미래도 밝지만은 않다. 보조금이 나와도 전기차는 여전히 비싸다. 최고 2000만 원의 보조금을 보탠 고속전기차 가격은 3000만∼4000만 원.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충전 인프라도 미미하다.
영국 정부는 2006년부터 공공 충전기인 ‘주스 포인트’ 설치를 시작했고 현재 런던을 중심으로 200여 개의 충전기를 운영 중이다. GM의 전기차 ‘볼트’ 역시 올해 1분기(1∼3월)에 미국에서만 1200여 대가 판매됐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미국 중국처럼 정부와 기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잘 안 되고 있다”며 “이렇게 미적거리다가는 전기차 기술에서 중국한테도 밀리게 생겼다”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