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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부채 3년 만에 157조→272조 급증

입력 | 2011-04-12 03:00:00

부채비율 사상 처음으로 150% 넘어




공기업 부채가 1년 만에 34조 원이나 급증하면서 2009년 237조 원에서 지난해 272조 원으로 늘었다. 정부가 세종시, 혁신도시, 보금자리주택, 4대강 사업 등 주요 국책사업을 공기업에 떠넘기고 물가 안정을 위해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해온 영향이 크다.

11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286개 공공기관 가운데 공기업으로 분류된 27개 기관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157.4%를 기록해 처음으로 150%를 넘겼다. 27개 공기업의 부채비율은 2007년에는 103.7%로 양호한 편이었지만 공기업들이 국책 사업을 떠맡고 에너지 가격 동결 방침에 따라 대형 공기업들의 부채가 늘어 3년 만에 53.7%포인트나 불어났다. 27개 공기업 가운데 부채가 줄어든 곳은 10곳에 불과했고 나머지 17곳은 모두 부채가 늘었다.

3년 전만 해도 이들 공기업의 자산은 부채의 2배 규모에 이를 정도였지만 지난해에는 자산이 부채보다 63.5% 많은 수준으로 줄었다. 부채는 2007년 156조5514억 원에서 지난해 271조9511억 원으로 3년 동안 73.7% 늘었지만 같은 기간 자산은 311조6734억 원에서 444조6808억 원으로 42.7%밖에 안 늘었다.
▼ 빚 73.7% 늘었지만 자산 42.7%만 증가 ▼

이처럼 부채가 급속도로 늘어난 데에는 정부가 주요 공기업에 ‘희생’을 강요한 측면이 크다. 한국전력의 경우 지난해 자산은 74조3982억 원으로 부채(33조3511억 원)보다 2배 이상 많았지만 자산이 2007년보다 13.3% 증가한 데 비해 부채는 57.6%나 급증했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해 614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2009년 777억 원, 2008년 2조9524억 원 등 3년 내리 적자를 냈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전기요금이 현실화되지 못해 3년 연속 적자로 차입경영을 하면서 부채가 늘어났다”며 “올해도 상반기까지 요금을 동결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수익성이 개선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금자리주택사업 등을 맡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공기업 부채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부채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해 부채는 125조 원으로 1년 만에 15% 증가했고 부채비율은 559.3%로 2009년(524.5%)보다 나빠졌다. LH는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정부에서 손실을 보전해주는 사업을 확대하는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4대강 사업을 진행하는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해 부채가 7조9607억 원으로 1년 만에 165.7% 급증했지만 자산은 18조4844억 원으로 전년보다 39.2% 증가한 데 그쳤다.

이처럼 주요 공기업의 부채가 빠르게 늘면서 정부도 부채 관리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재정부는 공공기관 부채관리지표 평가비중을 종전의 5점에서 12점으로 대폭 늘렸으며 LH에 대해서도 추가로 유동성 확보, 부채 축소, 자구 노력을 정밀하게 평가할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 공기업의 자산이 부채보다 더 많은 만큼 문제가 심각하지는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준욱 한국조세연구원 공공정책연구팀장은 “한전과 가스공사는 공공요금 인상 억제로 부채가 늘어난 측면이 크고, LH 부채 문제도 정치적으로 해결 가능한 범위에서 답을 찾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다”라며 “앞으로 공공성이 강한 부채는 정부 재정통계에도 포함시키기로 한 만큼 공기업의 투명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