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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6개월~1년 긴휴가 같은 휴직 “올레”

입력 | 2011-04-12 03:00:00


지난해 초였다. KT 이혜진 차장은 퇴근 후 남편에게서 이란 발령 소식을 들었다. 건설회사에 다니는 남편을 뒀으니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먼 이역 땅에 남편을 혼자 보내려니 맘이 편치만은 않았다.

그때 회사에서 새 제도를 만들었다. ‘리프레시 휴직’이란 제도였다. 근속연수 10년 차 이상 직원은 6개월, 20년 차 이상이면 최장 1년까지 쉴 수 있는 데다 급여의 80%를 준다는 것이다.

이 차장은 “처음에는 ‘갔다 오면 자리 없다’는 농담 같지 않은 농담이 돌았다”고 했다. 그래도 신청해 봤다. 회사 측은 돌아오면 무조건 원래 직책으로 복직시켜 주고, 인사 평가는 회사 전체 평균 점수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어쨌든 6개월은 남편을 도와줄 수 있다는 마음에 이 차장은 회사를 한번 믿어보기로 결심했다.

○ ‘초장기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

이 차장의 결심은 쉬운 게 아니었다. 2009년 말 KT는 6000명에 가까운 인원의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KT 창사 이래 가장 규모가 큰 인력 구조조정이었다.

이 때문에 리프레시 휴직 공고가 나온 지난해 3월에는 “말이 좋아 재충전(refresh)이지 사실 구조조정 전 단계”라는 소문도 돌았다. 이 차장의 동료들은 “부럽지만 걱정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 차장의 자리는 복직 후에도 변함없이 유지됐다. 평가도 평균점을 받았다. 회사는 약속을 지켰다.

그러자 올해는 지원자가 몰렸다. 자리와 평가에 영향이 없고 월급까지 받으니 ‘휴직이 아니라 아주 긴 휴가’라는 인식이 생겼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전체 인원의 1% 내외를 매년 리프레시 휴직 대상으로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비율이 유지되면 KT 직원 2만여 명 가운데 매년 200여 명이 리프레시 휴직을 하게 된다. 임원급인 상무보 이상은 제외되며 근속연수 10년 차 이상 직원만 대상으로 하지만 올해 지원자 경쟁률은 일부 부서에서 3 대 1을 웃돌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지난해 KT에서 리프레시 휴직을 시행한 직원은 상반기 69명, 하반기 120명. 올해도 상반기에만 95명이 이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 “고위간부 시기 준비하는 기회”

대부분의 기업이 적게는 2주에서 많게는 두 달까지 장기 근속자에게 근속 휴가를 준다. 이는 오래 일한 직원에 대한 보상이지만 직원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줘 업무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는 인사 전략이기도 하다. 하지만 6개월∼1년에 이르는 초장기 휴가를 주는 회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KT의 리프레시 휴직은 월급의 대부분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호봉과 근속연수 계산 및 퇴직금 계산에서 같은 기간을 근무한 동료와 비교해 불이익 없이 동일한 대우를 받는다.

세무사 2차 시험을 준비하겠다며 올해 상반기 리프레시 휴직을 신청한 임수지 차장은 “리프레시 휴직은 자기 발전의 기회는 물론이고 10년 차 이상 직원에게는 그동안을 돌아보고 고위 간부가 되는 시기를 준비하는 소중한 기회”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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