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가 53조 원을 넘어서면서 기업들의 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은행 대출이 막힌 기업들이 무더기로 발행했던 회사채들의 만기가 올해 집중된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 상환을 위해 ‘차환용’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들도 크게 늘고 있다. 빚을 갚기 위해 빚을 내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융회사채와 자산유동화채권을 제외한 일반 순수 회사채 가운데 이달부터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37조9018억 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만기 채권을 합하면 올해 전체 만기가 되는 회사채는 53조568억 원에 이른다. 2009년까지 25조 원을 넘지 않았던 연간 회사채 만기 규모는 지난해 41조9761억 원으로 급증한 데 이어 올해 50조 원을 넘어섰다.
실제로 2조 원 안팎에 그쳤던 회사채 월간 발행 규모는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2008년 12월 7조4859억 원으로 치솟은 뒤 6개월 연속 5조∼8조 원대에 이르렀다. 연간 발행 규모로도 2007년 27조5691억 원에서 2008년 38조3462억 원으로 급증한 데 이어 2009년(56조3368억 원)과 2010년(51조5684억 원)에 50조 원을 넘어섰다.
경기 회복에 힘입어 재무 상태가 개선된 기업들은 회사채 상환에 큰 문제가 없지만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은 기업들은 차환용 회사채를 발행해 만기 채무를 갚고 있는 상황이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발행된 일반 회사채(18조6556억 원) 중 만기 상환을 위한 차환용 발행액은 8조3695억 원으로 44%를 넘어섰다. 작년 한 해 만기 상환을 위해 찍어낸 회사채(18조6141억 원) 비중이 29%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빚을 내서 빚을 갚는 기업들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2분기도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가 약 15조 원에 이르는 만큼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차 팀장은 “전반적으로 기업 신용등급이 개선되면서 차환 물량이나 신규 물량이 아직까지는 시장에서 소화되고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에 앞서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미리 확보하려는 기업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