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경북 고령군 성산면의 파파야멜론 농장에서 유병묵 씨(오른쪽)와 이동권 이마트 신 선식품 바이어가 수확을 앞둔 파파야멜론을 살펴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이마트는 경북 고령 일대 69개 농가와 파파야멜론 재배 계약을 맺고 참외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전 초 봄 제철과일로 파파야멜론을 육성할 계획이다. 이마트 제공
○ 고령 일대가 파파야멜론의 메카
경북 고령 일대 농민들의 봄은 파파야멜론 수확과 함께 시작된다. 파파야멜론의 주요 산지인 이곳은 특히 성산면 일대의 농가를 중심으로 매년 11월경 벼농사를 마친 논에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파파야멜론을 기른다. 보리나 다른 작물보다 일손이 적게 들기 때문에 농한기 가욋일로 약 20년 전부터 파파야멜론을 재배하기 시작한 것. 이제 경북 고령 일대는 국내 파파야멜론 생산량의 약 60%를 책임질 정도다.
아직 시장 규모는 크지 않다. 지난해 기준으로 파파야멜론의 국내시장 규모는 약 50억 원 수준. 농민들이 개별적으로 판로를 개척하고 유통망을 확보하느라 소비자들에게 파파야멜론을 널리 알릴 수 없었다. 게다가 출하 시기가 참외와 겹쳐 관심을 끌기도 어려웠다. 여기에 ‘개구리참외’라는 오해도 한몫했다. 파파야멜론은 과실 표면에 그물 무늬가 없고, 매끄러운 타원형에 얼룩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인데 이런 겉모습이 당도가 낮아 소비자의 외면을 받은 개구리참외와 비슷해 손해를 봤다.
○ 농가와 유통업체 ‘상생’
이마트가 파파야멜론에 관심을 가진 것은 출하 시기를 앞당기면 참외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전인 3, 4월 제철과일로 파파야멜론을 육성할 수 있기 때문. 수정일을 앞당기면 참외가 주로 출하되는 4월 말보다 한 달 정도 빨리 수확할 수 있어 그 틈새시장을 노린 것이다. 게다가 파파야멜론의 당도는 13브릭스로 약 12브릭스인 참외나 수박보다도 높아 경쟁력도 있었다. 이동권 이마트 신선식품 바이어(35)는 “지난해 몇몇 점포에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 결과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았다”며 “제철과일이 부족한 초봄에 파파야멜론은 훌륭한 상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올해 계약 물량을 대폭 늘렸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농협과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도 한몫했다. 고령군농협연합사업단은 멜론 선별과 포장 작업 등에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농가 일손을 덜어줬고 고령군은 공동작업장을 마련해줬다. 농가도 손놓고 있지 않았다. 농민들은 비닐하우스 한 쪽에 시범포를 마련하고 품종 개량에 열을 올렸다.
그러자 파파야멜론이 효자 작물이 됐다. 이마트와 계약을 하면서 파파야멜론 재배가 가욋일이 아닌 본격적인 수익사업이 된 것. 이 지역 100여 농가는 지난해까지 평균 15개 동의 비닐하우스에서 파파야멜론을 재배했는데 판로가 확보된 올해에는 평균 20개 동으로 늘렸다. 20년 동안 파파야멜론을 재배한 유병묵 씨(54)는 “예전에는 판로가 없어 지역공판장에서 경매로 헐값에 넘기기도 했는데 올해에는 그럴 걱정 없이 330m²(약 100평)짜리 비닐하우스 25개 동에서 파파야멜론을 재배하고 있다”며 “주변 농가들은 앞으로 재배 면적을 더 늘릴 계획도 있다”고 설명했다.
고령=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