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
하지만 냉정히 살펴보면 수출기업에 마냥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선 수요여건과는 달리 수익성의 부담요인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엔화가치 하락과 원화가치의 상승은 우리 기업의 경영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줄 만한 변수다.
먼저 엔화는 10조 엔을 훌쩍 넘을 지진복구용 재정투자로 인해 달러당 90엔대를 향해 움직일 것 같다. 여기에 수도권을 포함한 일본 동북부지역의 전력난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경제활동이 이래저래 차질을 빚는다면 엔화는 장기간 약세를 면치 못할 수도 있다. 미국도 세계 두 번째의 미 국채 수요국인 일본에 어느 정도 엔화약세를 용인해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경기회복과 인플레 압력, 그리고 일본의 출구전략 지연도 엔화 약세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이렇듯 향후 달러 대비 엔화와 원화의 엇갈린 행보는 우리 수출기업들의 수익을 압박하기에 충분하다. 물론 당장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지만 앞으로 주식을 다룸에 있어 환율에 좀 더 비중을 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환율변동을 향후 증시의 위험관리 잣대로 삼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특히 종목 선정에 있어서도 환율을 고려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아직은 시간적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환율에 취약한 기업들이 향후 주도주의 반열에서 하나둘씩 이탈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그 빈 자리는 환율에 내성이 강한 더 좋은 종목들로 채워질 것이다. 이러한 환경변화가 지금부터 기업 크기와 관계없이 좀 더 빠르고 강하고 기술이 진화된 이른바 ‘속이 단단한 종목’의 투자비중을 늘려가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트메이커보다는 부품기업을, 글로벌 매출처가 단순한 기업보다는 다변화된 기업을, 해외생산 비중이 낮은 기업보다는 높은 기업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점차 늘고 있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