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교수협의회는 비상총회를 열고 발표한 글에서 “우리는 개혁에 반대하지 않고 개혁에는 고통이 수반됨을 잘 알고 있다”며 다수의 교수가 서남표 총장의 개혁을 지지했다. 그러나 교수들은 “지속가능한 개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자유롭게 토론해 발전의 방향을 찾아가야 한다”며 서 총장의 일방통행식 개혁과 학사운영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교수들은 106 대 64로 사퇴요구안을 부결시켰지만 서 총장에게 새로운 리더십을 촉구했다.
KAIST는 올 들어 재학생과 휴학생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이어 P 교수가 자살하자 11, 12일 휴강하고 교수와 학생 간 토론을 통해 해법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P 교수는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논문을 221편이나 쓴 생체재료 분야의 권위자다. 하지만 연구실 운영비 일부를 개인 용도로 지출한 사실이 교육과학기술부 감사에서 드러났다. P 교수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자살한 학생 4명의 사정은 제각각이다. 첫 번째 자살한 학생과 네 번째 학생은 학업성적이 낮았다. 두 번째 자살 학생은 성적이 뛰어났으며 세 번째 학생은 KAIST와 합병한 한국정보통신대(ICU) 출신이다. ICU 출신은 KAIST 학사규정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이들 2명의 자살 원인은 첫 번째, 네 번째 학생과는 다르다.
좌파 진영과 일부 인터넷 매체는 KAIST 사태를 경쟁 위주의 대학 교육이 초래한 비극이라고 몰아가고 있다. 냉철하게 원인을 살펴보자는 의견에 대해서는 ‘서남표 총장 구하기’라고 윽박지른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 총장이 KAIST를 ‘Killers Advanced Institute of Stupid Technology(살인자들의 바보기술원)’로 만들고 있다고 빈정거렸다. 학생의 학업과 교수의 연구 및 강의를 면려(勉勵)하는 노력을 죄악시하는 행태는 비이성적이다. 우리 사회의 유별난 쏠림 현상과 경박한 포퓰리스트들의 비난에 KAIST가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다.
서 총장은 KAIST 교수들의 이성적 선택과 비판을 존중하면서 지속가능한 개혁이 이루어지도록 설득과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