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 국제부 기자
탈북이 어렵다 보니 탈북에 드는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불과 2, 3년 전까지만 해도 몰래 도강하려면 한국 돈으로 5만 원 미만을 경비대 등에 뇌물로 찔러주면 됐으나 지금은 300만 원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고 한다.
일단 탈북에 성공하면 최대한 빨리 위험한 중국에서 벗어나는 것이 한국행의 관건이다. 여기서부터는 탈북 브로커들에게 의지해야 한다. 이들은 탈북자들을 인도해 제3국으로 안내하는 일을 한다. 이들이 받는 돈은 선불로는 한국 돈 200만 원 미만이나 한국까지 입국시켜 주는 후불은 이보다 두 배 정도 비싸다. 브로커들은 교통비 숙박비 식비 뇌물비 등을 제외한 나머지를 챙긴다. 브로커의 도움 없이 중국에서 탈북자가 홀로 한국에 올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탈북 브로커는 점점 전문화하고 있다. 한 브로커는 “한국 입국 탈북자의 60% 이상이 상위 브로커 20명을 거쳐 온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해 상위 브로커 20명에게 탈북자를 협박할 경우 처벌하겠다는 경고장을 보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브로커는 가족이 한국에 있어 선불이 가능한 탈북자만 데려오려는 경향이 생겼다. 한국에 연고가 없는 탈북자는 한국에 올 길이 막혀버리는 셈이다.
탈북자들에게 물어보면 적정 수준의 브로커 비용은 지불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북에선 필사적으로 탈북자를 막고 있는데 남에서 대책 없이 탈북 브로커만 위축시키면 결국 죽어나는 것은 힘없는 탈북자들뿐이다. 무엇이 진정으로 탈북자들을 돕는 길인지 정부는 현실을 직시하고 유연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주성하 국제부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