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흰애 추억… 선녀와 나 후끈… 에로팍도사… 에로영화, 고객 낚는 제목종결자
하긴, ‘젖소부인’ 시리즈로 대변되는 국내 에로비디오 시장은 인터넷 ‘야동(야한 동영상)’에 밀려 위축된 지 오래. 결국 성인영화들은 디지털케이블 업체들이 제공하는 VOD 서비스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게 된다. 일단 제목에서 고객을 ‘낚아야’ 생존할 터이니, 기발한 제목 짓기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으리!
자, 지금부터 내 머릿속에 각인된 기발한 에로영화 제목들을 소개한다. 아! 역시 한민족의 핏줄엔 창조의 DNA가 면면히 흐르고 있구나!
최악의 제목은 ‘생활의 달인’에서 나온 ‘생활섹스의 달인’. ‘행사섹스의 달인’이 존재하지 않는 한 이 제목은 어불성설이다. 또 ‘시크릿 가든 섹스’나 ‘사회지도층의 섹스’는 뜨는 드라마에 무임승차하려는 매우 안일한 제목.
②트렌드형=최신 유행을 제목에 발 빠르게 반영한 경우다. ‘어떤 분야에서 최고 경지에 이른 사람’을 일컬어 ‘종결자’라 부르는 유행에 착안한 ‘사모님은 하체 종결자’가 이에 속한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서바이벌 프로의 영향을 받은 ‘제 키스에 점수를 주세요’도 있다. 농촌총각들의 국제결혼 현상에 맞춘 ‘농촌총각의 글로벌 속궁합’, 최근 뜨는 직업으로 바리스타(커피 만드는 전문가)가 선호됨에 따른 ‘꽉꽉 무는 바리스타’, 도시성과 ‘쿨’함을 강조하는 젊은 트렌드를 감안한 디테일한 제목 ‘오피스 506호 아가씨의 체취’도 눈길이 간다. ‘연변처녀의 복수’도 아시아 속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실감케 하는 제목이다.
③변태형=직설적이고 변태적인 제목으로 일단 눈길을 잡고 보는 유형으로, ‘마누라의 발냄새’와 ‘청소 중인 마누라’가 이에 속한다. ‘발가락 섹시한 잠자는 공주’나 ‘멍게 잡는 아저씨’는 뭔가 변태적일 것 같은데 메시지가 한 번에 팍 꽂히질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아줌마 육탄돌격대’는 직설적이지만 상상력과 감성이 다소 부족하고, ‘문밖의 남자는 형부’는 시적 감성이 돋보이나 어딘지 싱겁고 헐렁하게 느껴진다. 최신 트렌드를 반영해 ‘문밖의 남자는 대기업 상무’ 정도가 어떨까?
이 밖에 매우 실망스러운 제목도 있었다. ‘미녀와 세차’ ‘앙칼진 아줌마’ ‘몸살 난 사모님’ ‘하녀로 변한 과외선생’은 고전적이다 못해 시대착오적으로 보이는 경우들. 특히 ‘노인과 연못’은 ‘노인’과 ‘연못’이라는 가장 장사가 안 되는 두 단어를 갖다 붙임으로써 시너지 효과는커녕 본전도 못 찾은 경우다. ‘망사스타킹 마니아’나 ‘가터벨트 섹시녀의 유혹’도 기능성 속옷이 넘쳐나는 첨단시대를 읽지 못한 현실 안주. ‘총각, 필요한 거 없어?’는 여백의 미가 깃든 제목이지만, 총각이 필요한 게 없을 경우는 스토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