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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권순활]域外 탈세

입력 | 2011-04-13 03:00:00


각국 정부가 재산을 해외로 빼돌려 세금을 내지 않는 역외(域外) 탈세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외국은행들이 50만 달러(약 5억4500만 원) 이상 예치한 미국인 고객 정보를 미 국세청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는 내용의 지침을 마련했다. 독일과 프랑스는 ‘비밀계좌 천국’이었던 스위스계 은행 직원들로부터 고객 정보를 사들여 탈세와의 전쟁에 활용한다. 국경을 넘나드는 탈세 조사를 위한 각국 세무당국의 공조도 활발해졌다.

▷역외 탈세의 대표적 유형은 세법상 과세 의무가 없는 비(非)거주자나 외국 법인으로 위장한 뒤 소득을 외국으로 빼돌리는 행위다. 수출입 과정에서 허위 계약서를 작성해 세금을 내지 않거나, 국내 거주자가 적법절차를 밟지 않고 해외 투자 명목으로 재산을 밀반출하는 일도 있다. 자본의 글로벌화, 디지털화로 국가 간 돈의 이동이 쉬워지면서 ‘탈세의 세계화’라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이런 ‘검은돈’을 양지로 끄집어내면 세수(稅收)가 늘어나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사는 선량한 납세자의 부담이 줄어든다.

▷국세청은 올 1분기에 41건의 역외 탈세를 적발해 4741억 원의 세금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시도상선 권혁 회장은 소득 8000억 원을 탈루한 혐의로 종합소득세와 법인세 4101억 원을 추징당하고 검찰에 고발됐다. 국세청은 한국 국적의 권 회장이 국내에서 경영활동을 하면서도 해외 거주자 및 외국 법인으로 위장한 뒤 벌어들인 소득을 해외계좌로 빼돌려 전형적 역외 탈세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반면 시도상선 측은 “권 회장과 시도상선은 한국에 납세 의무가 없는 국내 비거주자 및 외국 법인으로 홍콩에 소득세를 냈다”며 국세청의 결정에 불복해 조세소송을 제기할 뜻을 비쳤다.

▷국세청은 법정에서 혐의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자신하지만 권 회장 측은 소송을 하면 국세청의 조사 내용을 뒤덮을 수 있다고 벼른다. 상식적으로 권 회장의 행적이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지만 역외 탈세 소송은 워낙 복잡해 법원의 최종 결론이 어떻게 날지 속단하기 힘들다. 조세의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국세청은 악의적 역외 탈세를 추적해 엄벌해야 한다. 다만 ‘의욕 과잉’으로 무리한 과세를 하다 보면 세수 실적도 못 올리고 체면만 구길 수도 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