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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변만화]웹툰 ‘조이라이드’ 1000회 돌파 윤서인 씨

입력 | 2011-04-13 03:00:00

“일상 느낌 그대로 그려… 사는 게 다 드라마”




윤서인 작가는 “미국 만화 ‘심슨가족’을 보면 별짓을 다한다. 문화의 다양성 측면에서 우리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만화뿐만 아니라 ‘미친’ 만화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지난 1000일 동안 꾸준히 해 온 무엇인가가 있습니까?”

대부분의 사람은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한다. 혹 ‘일기’라고 대답할 사람이 있다면, 하나 더 묻고 싶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기를 쓰고 있는지.

야후에 ‘조이라이드’를 연재하는 웹툰 작가 윤서인 씨(37)는 1000일 동안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루에 한 편씩을 내놓았다. 올해 2월엔 드디어 1000회를 돌파했다. 그는 “아침에 눈을 떠 화장실을 가는 것처럼 너무나 당연한 일이 돼 버렸다. 이제는 일주일에 두세 번만 그리라고 하면 더 힘들 것 같다”며 웃었다.

정식 연재는 2008년 5월 21일부터 시작했지만, 2000년 3월부터 자신의 홈페이지에 ‘조이라이드’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 기간까지 합치면 10년이 넘는다.

‘조이라이드’에서 윤 씨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그 안에서 작가가 느낀 생각들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담아낸다. 주요 등장인물도 윤 작가 자신인 ‘조이’와 그의 부인이다. “능력 있는 아들은 ‘장모 꺼’, 잘생긴 아들은 ‘며느리 꺼’, 찌질한 아들이 ‘엄마 꺼’”처럼 주변에서 들었던 이야기들을 비롯해 동일본 대지진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도 모두 소재가 된다.

“컴퓨터를 켜면서도 내가 그날 무엇을 그릴지 나도 모른다”는 그는 “어떻게 매일 그리냐고 많이들 묻는데, 그릴 것이 너무나 많다. 시간만 많으면 하루에 2개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사는 것이 다 드라마다”라고 했다.

윤 작가는 MBC 오디션 프로그램 ‘스타 오디션―위대한 탄생’의 시청 소감을 담은 웹툰 ‘윤서인의 위대한 시청소감’도 매주 그리고 있다. 매회 방송이 끝날 때마다 그날의 주요 장면과 에피소드에 대한 소감을 자신의 블로그와 MBC 홈페이지 등에 올린다. 해당 프로그램의 PD가 먼저 연락을 해 왔다고 한다.

“처음에는 의무감으로 봤지만 이제 ‘본방 사수’는 기본이죠. 도전자들의 캐릭터 하나하나에 정이 들다 보니, 이제는 끝나고 나면 어떤 이야기부터 해야 할지 모를 정도예요.”

처음에는 누리꾼들이 “왜 윤서인이냐”고 했지만 이제는 “본방보다 만화로 된 후기를 더 기다릴 정도”라는 반응도 나온다. 지난달 가수 김태원 씨의 멘티로 본선 진출을 확정한 도전자 이태권 씨 특유의 무심한 표정을 그려내자 누리꾼들은 이를 여러 사이트로 퍼 나르며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멘터로 등장하는 작곡가 방시혁 씨도 자신의 트위터에 윤 작가의 웹툰을 링크했다.

윤 작가는 “만화계라고 부를 수도 없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인 만큼 오히려 방송 후기 만화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7년 그는 ‘친일파 작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일본 여행 후기를 만화로 연재하면서 한국과 일본을 비교하며 일본의 좋은 점을 부각시켰는데 비난이 쏟아졌다. 윤 작가는 “그 당시에는 손이 떨려서 키보드를 제대로 칠 수 없을 정도로 무섭고 힘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 만화에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조이라이드’는 내 이야기를 그냥 하는 만화였는데, 그런 일을 겪고 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얼마나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이 많다”고 덧붙였다.

2004년 야후코리아에 입사했던 그가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만화가로 나선 것은 2009년 1월이었다. 2년이 흘렀지만 그의 이름이 달린 다른 작품은 여전히 찾아볼 수 없다. 그는 “앞으로는 남녀노소를 떠나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평범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아름다운 만화’를 그려보고 싶다. 앞으로 4칸의 운세만화로 독자들에게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이라이드’는 지금처럼 매일 죽을 때까지 연재할 계획이다.

“그리는 것 자체가 너무 즐거워요. 그리고 2002년이 2003년 같고, 2003년이 2004년같이 너무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가잖아요. 그러다 보니 정신을 차려 보면 할아버지가 되어 있을 것 같고, 예전에 내가 어떻게 살았나 이런 것들이 궁금할 것 같아요. 그래서 하루하루 무엇을 하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그림일기로 기록을 남기는 거죠.”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