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서양과 한국의 구두 문화는 다르게 형성됐다. 좌식 문화가 발달한 우리에게 신발은 손님 같은 존재였지만 잠자는 시간 외에 신발을 벗지 않는 서양인에게는 신체의 일부였다. 그러니 자신의 모든 움직임과 묵묵히 함께하는 존재에 애정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비교하자면 여성들은 ‘멋진 구두’를 좋아하지만 신사들은 질 좋은 가죽과 섬세한 공법으로 만든 ‘좋은 구두’를 선택한다. 좋은 구두란 선택으로 끝나지 않는다. 무디지만 은은한 광택이 나도록 정기적으로 닦아주며 신고난 후에는 구두 보형물을 넣어 형태를 유지한다. 오히려 자신의 몸을 관리하는 것에 가깝다.
남자에게 구두는 여자의 백과 같은 존재다. 란스미어 제공
이처럼 구두를 선택하는 남자의 안목은 그 사람의 명함이나 외모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참 좋은 구두는 단순히 가볍다는 의미가 아니다. 제대로 만든 구두는 품질에 신경을 쓴 만큼 적정한 무게가 따라온다. 그렇게 만들어야 바른 자세로 안정된 보행을 할 수 있다. 실제로 너무 가벼운 구두는 맨발에 가까운 느낌이라 오히려 발이 피로해져 몸의 자세마저 해친다.
물론 옷과 구두는 조화를 이뤄야 하지만 투자에 무게를 둔다면 단연 옷보다 구두다. 구두의 가격은 품질을 정확하게 반영한다. 좋은 구두는 자신의 연륜에 맞춰 익어간다. 이것이 바로 클래식 스타일이다. 옷과 달리 좋은 구두에는 트렌드라는 것이 없다.
제일모직 란스미어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