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 물질 오염 우려에 ‘日제품 기피’ 공산품까지 확대
미국은 후쿠시마(福島) 원전에서 80km 이내 해역을 항해한 선박에 대해선 입항 전에 방사선 검사를 실시하고 있고, 대만은 일본 기계류 등 658품목에 대해 샘플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중국 등에선 지난달 하순부터 ‘높은 수준의 방사선이 검출됐다’며 화물 하역을 거부하고 있으며 외국 해운회사의 도쿄항 입항 취소도 10여 건이나 있었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현재 일본 공산품에 대한 수입규제 조치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과 중국, 대만 등 8개국이다. 일본산 식품을 수입규제하고 있는 나라는 28개국이다. 수입규제 국가는 당초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에서 중동과 남미 쪽으로 확산됐다. 수입규제 대상도 농산품에서 가공식품으로 확대됐다.
방사능 오염에 민감한 유럽연합(EU)과 브라질 등 각국 세관당국은 상품이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았다는 증명을 일본 기업 측에 요구하고 있다. 제품의 방사선량을 측정할 수 있는 기관인 일본해사검정협회에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약 250건의 검사의뢰가 쇄도했다. 일본 각 지역 상공회의소는 상품 수출 시 첨부하는 증명서류에 산지의 방사선량을 기입할 수 있는 난을 신설했다. 일본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이 제도를 시작한 지난달 28일 이후 487건의 증명서가 발급됐다.
일본은 세계 각국의 ‘메이드 인 저팬’ 기피 현상이 실제보다 ‘소문’에 의해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사실과 다른 해외 보도에 엄정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소문은 수그러들지 않는다”며 대책을 강구 중임을 내비쳤다. 어떤 이유로든 수출실적이 하락하면 일본 경제는 대지진에 이은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 특히 관련 산업의 범위가 넓은 자동차 등으로까지 해외 각국의 규제가 확대될 경우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최근 유럽연합(EU)의 조제 마누엘 바호주 집행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일본산 제품에 대한 냉정한 대응을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중국에 이은 세계 3위의 경제대국 일본이 침체되면 리먼 쇼크로부터 탈출해가고 있는 세계경제 자체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일본 정부는 다음 달 프랑스에서 열리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과도한 일본산 수입규제의 피해를 막는 문제를 논의할 방침이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