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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투데이]건설사 부도 사태로 회사채 시장 또 위축될까 우려

입력 | 2011-04-15 03:00:00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

최근 일부 건설사의 법정관리가 결정되면서 해당 건설사가 발행한 채권과 기업어음(CP)을 산 투자자들의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증권사가 제대로 위험을 경고하지 않고 채권과 CP를 팔았다며 항의하는 투자자들도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과거 대우사태와 카드사태를 겪으며 위축됐던 회사채 시장이 또다시 충격을 받지 않을까 걱정된다.

과거 우리나라 회사채 시장은 전체 채권시장의 40%에 이르는 큰 시장이었다. 하지만 몇몇 신용 사건을 거치며 비중이 10%대로 줄었다. 지난 2년간 회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15% 이내에 머물고 있다. 모기지 채권 규모가 엄청나 회사채 발행 잔액 비중이 작아 보이는 미국의 경우에도 지난 30년간 꾸준하게 2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 회사채 시장이 상대적으로 위축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절대 규모 측면에서도 2001년 말 164조 원에서 2010년 말 194조 원으로 10년간 불과 30조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회사채 시장 위축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일단 기업 간 양극화가 심해졌고, 우량 기업들의 경우 현금 보유량이 많아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의 필요성이 작아졌다. 반면 신용사건 여파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은 발행 채권을 소화하기가 쉽지 않았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재무적 건전성을 강조하는 문화도 회사채 시장을 위축시킨 주된 요인이었다.

더 근본적으로는 은행 위주의 금융시스템이 회사채 시장의 발전을 억제하는 힘으로 작용했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기관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는 불가피하게 은행의 안정을 꾀할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은행 고객들은 늘 보호를 받았다. 반면 회사채 투자의 주요 기관이었던 투자신탁회사 고객들은 그렇지 못했다. 실적 배당형 상품이기 때문에 투자신탁회사 고객들의 피해는 당연한 일이었다고도 할 수 있지만 은행 고객의 피해를 막기 위해 대규모 공적 자금이 투입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균형적인 정책이 이뤄졌다고 보긴 어렵다. 결국 이러한 구조 아래에서 합병을 지속한 은행들은 이제 더욱 위험이 줄어들었다. 낮은 금리하에서도 예금은 늘어나고, 기업 대출 여력은 늘어났다.

물론 정부는 그동안 고수익 회사채 시장을 포함해 회사채 시장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고수익 회사채에 펀드 형태로 투자하는 경우 세제 혜택을 줬고, 은행들이 사모사채 매수를 할 때 사용하는 회사채 시장의 정보에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게 했다.

하지만 회사채 시장은 여전히 더 커지고 효율화돼야 한다. 그래야만 최근 건설사 문제 등에 위축되지 않는 내성을 갖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분적인 제도 변경보다 ‘은행 시스템’으로 요약되는 우리 금융시장을 본격적인 ‘자본시장 시스템’으로 발전시키는 데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