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앞두고 여권 힘모으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그림)가 28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이명박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네덜란드와 포르투갈, 그리스를 방문한다고 청와대가 14일 밝혔다. 이 세 나라는 올해 우리나라와 수교 50주년을 맞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중순 특사 관련 보고를 받고 참모들에게 “박 전 대표를 보내는 게 좋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정진석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지난달 말 박 전 대표를 만나 의향을 타진했다고 한다.
이에 박 전 대표는 이달 초순 “대통령의 제안을 존중한다. 국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도와야 하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답변을 청와대에 보내 왔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3국 국가원수를 예방하고 이 대통령의 친서도 전달할 예정이다.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 격인 이학재 의원과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 3선의 권영세 의원과 친이계 재선인 권경석 의원이 수행한다. 수행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직접 선발했다고 한다.
4·27 재·보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날(14일)에 특사 사실이 발표됐고 출국일(28일)은 재·보선 다음 날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나라당 주변에선 재·보선을 앞두고 여권을 결집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재·보선 결과에 따라 한나라당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은 시기에 박 전 대표는 국내 정치와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게 되는 것이다.
정 수석은 “특사 파견은 순전히 외교문제”라고 말했다. 이정현 의원은 “이전 두 차례의 특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재·보선 다음 날 출국하는 것을 놓고 확대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방문국과 일정을 짜다 보니 그렇게 된 것으로 다른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