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운 정치부 기자
이명박 대통령도 축하 전문을 통해 “해병대를 바라보는 국민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큰 시기”라며 “해병대의 전통과 명예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주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해병대는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날을 ‘해병대의 날’로 명명하는 행사를 열었다.
그러나 이런 경사스러운 날에 해병들의 마음이 편한 것만은 아니다. 최근 벌어진 인기배우 현빈(본명 김태평)의 자대 배치 논란 때문이다. 14일 기자와 통화한 해병대 관계자는 “현빈 이야기는 이제 꺼내기도 싫다”며 한숨을 쉬었다.
해병대 측은 불만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한 관계자는 “입대 이후 현빈은 해병대의 일원일 뿐”이라며 “특등사수든 뭐든 해병대가 판단해 각 사병을 적재적소에 투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누가 ‘감 놔라 배 놔라’ 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다른 관계자도 “북한의 도발에 용감히 맞선 해병대가 이병의 자대 배치 문제 하나로 이상한 조직처럼 비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빈은 홍보병이지만 복무기간 대부분을 일반 해병대원과 똑같은 훈련 및 병영생활을 하고 군 홍보 등 특별한 행사 때만 홍보활동을 한다. ‘모든 훈련을 경험하고 싶다’는 본인의 요청에 따라 일반 해병대원들은 2개만 받는 특성화 훈련을 3개나 받기도 했다.
이날 해병대는 북한의 포격 도발로 전사한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의 명복을 빌고 부상병들의 쾌유를 기원했다. 해병대가 지금처럼 국민의 지지와 환호를 받을 수 있었던 ‘진짜 이유’는 이들 덕분이다.
그런데 어느덧 해병대의 상징은 이들이 아니라 연예인 현빈이 된 것 같다. ‘진짜 사나이가 되고 싶다’며 해병대에 자원했던 현빈, 아니 김태평 이병도 결코 원하지 않은 결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