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골을 올린 김준수. 출처|피스 스타컵 조직위원회
연예인축구대회 주최 측의 일본팬 특별 대우에 한국의 아이돌 팬들이 화가 났다. 아이돌 스타들과 팬들 사이의 접촉을 차단하면서도, 일본에서 온 한류팬들에게는 선수들과 기념촬영을 할 수 있는 ‘특혜’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15일, 수원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제 5회 피스스타컵 연예인축구대회가 열렸다. 주로 배우들로 구성된 슈퍼스타즈와 아이돌 스타들이 주축을 이룬 FC Men의 2경기는 이날의 빅 경기였다.
FC Men에는 한류배우 김현중, JYJ의 김준수, 비스트의 이기광-윤두준 등 인기 아이돌들이 대거 소속되어 있다. 1000석 가량의 좌석이 배치된 관중석은 좌석 앞뒤 난간과 좌석 사이 계단까지 빈틈없이 들어찼다. 주최 측은 총 관중 수를 1500여명으로 추산했다. 관중들은 자신들의 스타가 공을 잡을 때면 여지없이 환호했고, 밀려 넘어지기라도 하면 격하게 반응하는 등 멀리서나마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사인회에는 윤두준(FC Men), 서지석(미라클FC), 오만석(슈퍼스타즈), 김성수(FC리베로)까지 팀별로 한 명씩만 참여했다. 또한 그 자리에서 사인을 받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이 입장한 팬들에게 전달만 해주는 형식으로 진행되었고, 사진 촬영도 금지되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주최 측은 “안전사고를 우려한 조치”라고 설명했고, 선수들도, 팬들도, 취재진도 이 같은 모습에 납득했다. 몇몇 팬들은 “아예 취소된다고도 했었는데 몇 명이라도 참여한 게 어디냐”라고 기자에게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반전이 있었다. 경기 시작 직전, 30명 가량 되는 일군의 일본인들이 경기장 왼쪽에서 갑자기 등장했다. 이들은 주최 측의 인도에 따라 경기장 잔디 위로 올라가 막 단체사진을 찍은 FC Men, 슈퍼스타즈 선수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들은 대부분 FC Men 쪽 선수들의 손을 잡거나 그 앞에 섰다.
순간 경기장은 관중석에서 터져나온 함성으로 물결쳤다. 특히 JYJ팬들의 분노가 컸다. 파주에서 왔다는 김은성 양(16)은 “우리 오빠는 TV에서 못 보니까 멀리서라도 보려고 왔는데 그 사람들은 누구냐”라며 화를 냈다.
일본팬 4명도 서툰 한국말로 “우리는 저기 어떻게 가죠?”라고 물으며 아쉬워했다.
다른 아이돌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스트 이기광의 팬이라는 정소녀 씨(22)는 “우리는 악수 한 번 하려고 몇만 원 어치씩 옷이나 CD를 사는데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허탈해했다. 김현중을 좋아한다는 민지은 씨(34)도 “아무리 돈이 된다지만 지나친 일본팬 특별 취급은 나를 화나게 한다. 결국 본진은 한국이 아니냐”라며 거들었다.
주최 측에 확인한 결과, 기념사진을 함께 촬영한 이들은 일본에서 온 단체 관광객인 것으로 밝혀졌다. 피스스타컵 관계자는 “오늘 아침에 현장에 가장 먼저 오신 분들이라 특별한 기회를 드렸다”라며 “선수들에게도 모두 허락을 받았다. 이런 일 갑자기 요청한다고 쉽게 받아주는 분들이 아니지 않느냐”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팬들은 전반전, 후반전이 끝나자 응원하는 아이돌 스타의 이름을 목놓아 외쳤다. '김준수' 연호가 가장 컸다. 주최측은 이에 호응하여 하프타임에 JYJ의 노래를 틀기도 했다. 스타가 공을 잡을 때면 팬들의 환호가 경기장을 뒤덮곤 했다.
이 대회는 5월 17일과 31일에도 각각 리그전을 치른 뒤, 6월 11일의 이벤트 경기를 끝으로 전기리그를 마무리한다. 후기리그는 9월 17일부터 시작된다. 관중들의 자유로운 관람을 위해 모든 경기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MBC SPORTS+를 통해 녹화중계된다.
사진 출처=피스 스타컵 조직위원회
(수원)=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