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선수 경기를 현장에서 보고 오려고요. 피겨는 한 번도 못 봤거든요."
국가대표 선발전 공동 4위, 하지만 3000m 슈퍼파이널에서 우승한 '밴쿠버영웅' 이정수에 밀려 탈락. 하지만, 안현수의 표정은 평온했다.
"부상 이후 회복기가 길었는데, 소속팀 없이 운동하려니 정말 힘들었습니다. 이번 대회 뛰면서 느낌이 좋아서 나름대로 만족합니다."
안현수가 러시아행을 결심한 것은 지난 10일, 국가대표 1차 선발전 타임 레이스가 있던 날이었다. 그날 안현수는 올림픽 금메달로 때문에 병역특례 이후 해당 분야에서 의무적으로 뛰어야 하는 기간이 끝났다.
안기원씨는 "연맹집행부의 개혁 없이는 돌아오지 않는다."라며 "아버지와 아들로 한국에서 다시 태어난다면 절대 운동을 시키지 않겠다."라고 했다. 현재 초등학교 쇼트트랙 선수로 뛰고 있는 막내 안현중에 대해서도 "중학교 들어가면 현수가 있는 러시아로 보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 이후 안현수에게는 부상과 파벌싸움 등 많은 일이 있었다. 안현수는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부담감이 컸다."라고 했다.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물론 목표는 올림픽에 다시 한번 출전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2-3년 세월이 있잖아요. 지금은 쉬고 싶습니다. 아직 부상이 완벽히 낫지 않아서, 재활도 좀 더 하고요."
안현수에게 이번 대표선발전은 팬들에게 보답하는 대회이자 '하는 데까지 해보자'는 대회였다. 부상 이후 대표선발전에서는 번번이 탈락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드디어 '할 수 있다'고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향후 러시아 국가대표로 뛰는 것에 대해서는 "섣불리 이야기하긴 어렵다"라며 말을 아꼈다.
올해 나이 27세, 안현수의 나이는 운동선수로서 결코 젊지 않다. 소치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2014년에는 우리 나이로 서른이 된다. 하지만 안현수는 이 점에 대해선 단호했다.
말을 마친 쇼트트랙 황제는 팬들과의 마지막 만남을 위해 자리를 떠났다. 아쉬움보다는 차라리 편안해 보이는 뒷모습이었다.
(목동)=글·사진|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