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깨기 난타··· 졸음방지 껌···책상··· 잠 깨워주는 샤프···안약···아로마 향수깵
《이달 초, 대구 현풍고 2학년 ○반 학생들은 5교시가 시작되자마자 하나둘씩 책상 위에 엎어졌다. 점심 먹어 배부르고 햇볕도 따듯해 졸음이 쏟아졌다. 꾸벅거리며 조는 학생부터 책상 위에 이마를 붙인 학생까지…. 선생님이 소리쳤다. “다들 일어나라!”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한 학생이 손바닥으로 책상을 조심스러우면서도 리드미컬하게 두드렸다. 마치 타악기를 연주하는 것처럼. 이윽고 또 다른 학생이 손에 들고 있던 샤프 펜을 누르며 ‘똑딱 똑딱’ 재미난 소리를 냈다. 장난기 가득한 학생 몇몇은 졸고 있는 친구 귓가에다 교복 상의 자락을 펄럭이며 희한한 소리를 들려줬다. 단숨에 교실은 재미난 ‘연주’ 소리로 가득 찼다. 꾸벅꾸벅하던 학생들은 또렷이 눈을 떴다.
이 학교 2학년 곽은빈 양(17)은 이를 ‘잠깨기 난타’라고 설명했다. 곽 양은 “수업시간에 조는 친구들이 많으면 한두 명이 앞장서서 30초∼1분 박자를 맞춰 소리를 낸다”면서 “이런 방식으로 조는 학생들이 없어지면 수업시간에 집중이 더 잘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고교 2학년 A 양(17)은 수업시간에 필통에서 샤프 펜을 꺼내 들었다. 그런데 요상하다. 샤프 펜이 향한 곳은 노트가 아니라 허벅지! 자세히 보니 뾰족한 펜 끝에 고무로 된 뭉툭한 재질이 붙어 있다. 바로 A 양이 스스로 고안한 ‘졸음방지 샤프’다.
A 양은 “허벅지를 콕콕 찌르면 잠이 깨는데 너무 뾰족한 샤프 펜으로 찌르다 보니 스타킹 올이 뜯기곤 했다”면서 “문구점을 돌아다니며 구입한 재료로 날카로운 샤프 끝을 부드럽게 만들어 졸음방지용으로 개조했다”고 했다.
고교생에게 졸음방지 소품은 필수. 책상 위에 차가운 물수건이나 얼음 병을 준비해 두고 졸릴 때마다 얼굴을 닦아내는 건 기본. 잠을 깨게 해준다는 아로마 향수나 눈을 단번에 시원하게 해주는 안약, 졸음방지 껌은 이미 인기만점 ‘잇 아이템’이다.
대세는 졸음방지 책상이다. 일부 고교에 도입된 이 책상은 반마다 한두 개가 구비돼 있다. 일반 책상의 두 배를 웃도는 높이를 자랑한다. 이 책상에서 공부하려면 어쩔 수 없이 내내 서 있어야 한다. 그래서 수업 중 졸린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일어나 교과서를 들고 교실 뒤편의 졸음방지 책상을 향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졸음을 쫓아내려는 학생에겐 재미난 별명도 붙는다. 서울의 한 고교 3학년 J 군(18)의 별명은 ‘벌떡남’. 하루에도 서너 번 수업시간에 벌떡 일어나 화장실에 다녀오기 때문이다. J 군은 “아주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해야 잠이 번쩍 깬다”면서 “꾸벅꾸벅 조는 것보다 낫기 때문에 수업시간에라도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말했다.
경기지역의 한 고교 1학년 L 양(16)의 별명은 ‘티타임’. L 양은 아침마다 보온병 가득 블랙커피를 싸와 쉬는 시간마다 홀짝홀짝 마신다. ‘믹스’ 커피보다 쓰고 텁텁해 다른 친구들은 쉽게 마시려 들지 않는다고. L 양은 “잠이 너무 많아 쉬는 시간에 커피를 꼭 마셔야 한다”면서 “몸에 안 좋은 건 알지만 졸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유명진 기자 ymj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