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키운 어린선수가 A대표팀 발탁지도자로서의 첫 목표와 부합되지만2년간 올림픽만 보고 달려왔는데…예선과 본선, 그 선수들과 동행 희망한국축구 위한 솔로몬 지혜 없을까요?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왼쪽)과 스포츠동아 최현길 부장이 13일 파주NFC에서 대담을 가졌다. 홍 감독은 선수시절부터 오랜 인연을 가진 최 부장과 인터뷰에서 런던올림픽을 앞둔 심정과 선수차출을 놓고 묘한 관계에 놓여 있는 A대표팀에 대한 생각, 향후 계획 등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파주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트위터 @binyfafa
20년 가까이 봐 온 홍명보(42)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변함이 없다. 무뚝뚝한데다 아무에게나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웃는 얼굴 보는 것도 드물다. 선수 때나 지금이나 카리스마는 여전하다. 열정도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철저한 준비성도 마찬가지다.
‘요행은 통하지 않는다. 준비를 잘한 사람만이 열매를 딸 수 있다. 인생은 정직하다. 축구 또한 정직한 운동이다.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하는 사람에게 행운과 복이 찾아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의 자서전 ‘영원한 리베로’에 나오는 대목이다. 그의 인생철학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는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이다. 준비를 잘 했기에 월드컵 4강의 신화도 썼고, 열심히 했기에 올림픽대표팀 감독까지 맡았다.
● 런던올림픽이 중요한 이유
-올림픽에 얽힌 사연이 많을 것 같은데.
“선수 때는 인연이 없었다. 92바르셀로나 때는 내 생년월일이 커트라인 보다 몇 개월 빨라 선발되지 못했다. 96애틀랜타 때는 감독과 맞지 않았고, 2000시드니 때는 와일드카드로 갔다가 마감 전날 부상 때문에 스스로 포기했다. 2008베이징 때는 코치로 갔다.”
-그럼 악연인가.
-그래서 런던올림픽에 더 애착이 있는 것 같다.
“맞다. 목표의식이 뚜렷한 그런 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다.”
● 지도자로 산다는 것
화려한 선수 생활을 뒤도 한 채 은퇴한 홍명보는 2006독일월드컵 때 코치를 하면서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2009년 U-20대표팀과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을 통해 감독으로의 입지를 구축했다. 스타 출신이 감독으로 성공하기 쉽지 않은 법인데, 홍 감독은 성적과 리더십에서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지도 철학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건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즉 신뢰라고 생각한다. 그 안에서 서로 정직하게 대화하면서 감독 역할, 선수 역할을 찾아야한다. 나보다 중요한 건 선수들이다. 선수들이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내 역할이다.”
“그렇지 않다. 지도자 시작할 때 두 가지 목표가 있었다. 하나는 어린 선수들에게 내가 경험한 것들을 전수해서 이들이 한국축구의 기초가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세계에 도전하는 것이었다. 당시 대표팀 감독을 승낙한 이유이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우린 세계청소년대회에 나가 도전을 해봤다.”
-선수들의 신뢰가 대단한데.
“코치 생활 4∼5년 하면서 배운 게 있다. 서로의 관계에서는 느낌이라는 게 있다. 청소년 선수들은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달려왔다. 그렇게 뭉치니 난관도 극복했다. 세계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고, 자신감이 생겼다. 정말 보람이 컸다. 이 선수들이 대표팀의 중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건 나에게도 행복한 일이다.”
- ‘천사’와 ‘카리스마’ 의 이미지가 강한데, 어느 쪽이 더 어울리나.(홍 감독은 2003년부터 장학재단을 세워 8년 째 소아암 환자 등을 돕는 자선경기를 해오고 있다. 선수 때는 주장으로서 강력한 카리스마로 후배들을 이끌었다.)
“(웃음) 축구에서의 이미지와 축구 외의 이미지가 있다. 축구 이미지는 카리스마를 많이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을 하고 있다. 밖에서의 생활은 카리스마 갖고 되는 건 아니다. 사회생활은 때로는 어울려야 하고 화합해야 하고 또 다른 형태의 모습이 필요하다. 일반 사람보다는 아주 유연한 편이다.”
● 선수차출 솔로몬의 지혜는?
좀 불편한 질문을 던졌다. 올림픽팀의 주축들이 국가대표팀에서도 뛰고 있다. 상당수가 국가대표팀에 차출된다면 홍 감독은 힘들어진다. 국가대표팀이 우선이라는 원칙은 맞지만, 한국적인 현실에서 올림픽도 무시할 수 없어 해결이 쉽지 않다. 당장 6월부터 올림픽 예선이 시작되고, 11월에 최종 예선이 열린다. 11월엔 국가대표팀도 브라질월드컵 예선을 치른다.
-참 어려운 문제다. 대표팀 차출과 관련해 대안이 있나.
“일단 저는 어린 선수들과 함께 2년 정도 올림픽을 대비해왔다. 청소년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기량을 보였고, 그러다보니 갑자기 많은 선수들이 국가대표팀에 뽑혔다. 이는 처음 시작했을 때 나의 첫 번째 목표와 맞아 떨어지는 일이다.
내가 잘 해서 (대표팀으로)올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됐으니 정말 큰 보람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올림픽을 준비하는데 (선수 선발이) 되니 안 되니 하니 그게 좀 안타깝다. 제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그 동안 준비했던 것의 열매를 얻고 싶은 마음이 있다. 물론 저의 개인적 욕심만 부릴 생각은 없고, 원칙적이고 합리적으로 해결되기를 바란다.”
-주장 구자철이 가장 변수가 될 수 있을 텐데. 2차 예선에서 뛸 수 있나.
“(구자철은) 지난 2년간 우리 팀의 경기장 안팎에서 많은 역할을 했다. 구자철이 없는 올림픽팀은 한국축구가 박지성을 잃은 것과 마찬가지다. 6월은 괜찮은 데 11월 최종예선이 중요하다. 한데 그 때가 유럽 시즌이다.”
-그럼 포기하는 건가.
“아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계속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는 올해 딱 5게임 치른다. 이왕이면 같이 해왔던 선수들이 같이 했으면 한다.”
-올림픽 예선에서 맞붙는 요르단 전력은 파악이 다 됐나.(한국과 요르단은 아시아 2차 예선에서 만난다. 6월19일과 23일 홈 앤드 어웨이를 통해 3차 예선 진출국을 가린다)
“요르단은 우리가 아시안게임 때 경기를 했었다. 어제 요르단-대만 1차 예선 비디오를 봤는데, 아시안게임과 거의 비슷했다. 중동 팀은 까다로운 팀이다. 아시안게임에서 우리가 4-0 이긴 것은 의미가 없다.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가장 고민되는 포지션은.
“실제로 그렇게 고민하는 포지션은 없다. 현재의 선수들과 2년 정도 지냈고, 장단점을 다 알고 있다. 다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선수가 오지 못했을 때의 대안도 준비하고 있다.”
인터뷰 내내 홍 감독은 “모두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 축구 전체를 위하는 길을 대한축구협회가 찾아줬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자신이 2년간 그려왔던 큰 그림이 헝클어질까봐 걱정이라는 우려도 여러 차례 나타냈다.
그 만큼 홍 감독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서두에 언급했듯 홍 감독은 올림픽과 그리 좋은 인연이 아니다. 그래서 런던올림픽에 다걸기를 하고 있다. 그의 염원이 선수 차출 때문에 어긋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 홍명보?
▲생년월일: 1969년 2월 12일
▲출생지: 서울
▲출신학교: 동북고→고려대 체육교육학과→고려대 교육대학원 체육학 박사 과정
▲대표경력: 국가대표(1990∼2002), A매치 135경기 9골
▲프로경력: 포항→일본 벨마레 히라스카/가시와 레이솔→포항→미국 LA 갤럭시
▲지도자경력: 국가대표팀 코치(2005∼2007), 올림픽대표팀 코치(2007∼2008), U-20 대표팀 감독(2008∼2009), 올림픽대표팀 감독(2009.11∼)
스포츠 2부 부장 (트위터@choihg2) choih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