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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만에 되찾은 대한민국 국적”

입력 | 2011-04-20 03:00:00

복수국적 허용 개정법 따라
해외입양인 13명 꿈 이뤄




“체류기간(3개월)이 끝나면 마치 여행객처럼 내가 태어난 나라를 떠나야 하는 씁쓸함을 이젠 느끼지 않아도 됩니다.”

8세 때 스위스로 입양된 뒤 36년 만에 한국 국적을 회복한 이재권 씨(44)가 태극기와 대한민국 법무부 장관 명의의 국적증서를 손에 쥐고 감격스러워했다. 19일 오전 법무부에서는 ‘해외 입양인 국적 회복 축하행사’가 열려 해외 입양인 13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여전히 한국어가 낯설고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제창’도 어색해 보였으나 얼굴에는 웃음이 넘쳤다. 이들은 1월 1일 시행된 개정 국적법에 따라 최초로 국적 회복 허가를 받아 복수 국적을 갖게 된 해외 입양인. 이들은 해외로 입양된 뒤 뿌리를 찾아 한국으로 왔지만 한국 국적을 얻지 못해 불편을 겪어왔다.

개정 국적법은 해외 입양인이 본인 의사가 아니라 부모의 경제·사회적 이유로 외국 국적을 취득하게 된 점을 고려해 현재 외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서도 ‘외국 국적 불(不)행사 서약’만 하면 우리 국적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국적을 회복한 해외입양인연대 김대원 대표(43)는 “한국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싶다는 꿈이 드디어 이뤄졌다”고 말했다. 김 씨는 5세 때 스위스로 입양됐다. 친하게 지내던 한인 입양인이 적응에 실패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 큰 충격을 받았고, 2008년 5월에는 전 세계 한인 입양인을 대상으로 국적 회복의 필요성에 대한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