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는 서울대에 이어 두 번째로 연구비 지원을 많이 받는 대학이다. 2009년엔 2597억3200만 원을 받았다. ‘연구비관리 우수인증기관’인 연세대가 이럴진대 다른 대학은 어떨지 겁날 정도다. KAIST는 세 번째로 많은 지원(1932억2500만 원)을 받는다. 지난해 KAIST 대학원 총학생회의 설문조사 결과 “약정됐던 연구인건비 전액을 받았다”는 응답은 21.2%에 불과했다. 상당수 연구실에선 ‘랩(Lab)비’라고 불리는 공동예산으로 연구인건비 일부를 떼는 일이 관행처럼 돼 있다.
▷교수들도 할 말은 있다. “연구비를 받는 순간부터 잠재적 범죄자가 되는 기분”이라는 한 교수는 “연구비 집행에 제약이 너무 많아 ‘걸면 걸리게’ 돼 있다”고 했다. 최근 자살로 KAIST 교육에 대한 사회적 논란을 더 키웠던 KAIST의 P 교수의 경우, 인건비 1억554만 원을 공동 관리하다 이 중 2214만 원을 유용한 것으로 교과부 감사에서 드러났다. 하지만 일각에선 “연초에는 예산 처리 문제로 연구비 지급이 안 되기 때문에 P 교수가 이때 쓰기 위해 따로 연구비를 떼어두었던 것 같다”고 추정한다. 규정을 어긴 것은 맞지만 연구실 운영상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