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로 땀 흘린뒤 와인으로 목 축이죠”
1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집무실에서 만난 김수한 LG상사 트윈와인 대표는 테니스처럼 와인도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김 대표는 “운동으로 땀 흘린 뒤에 마시는 와인도 참 맛있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몇 달 뒤 그는 동료들과 그 와인을 열었다. 온몸을 가득 채우는 부드럽고 달콤한 맛에 빠져들었고, 다 같이 기분 좋게 ‘파이팅’을 외쳤다. 그 후 독일 법인은 흑자로 돌아섰다. 그는 와인이 불러일으킨 긍정적 사고 덕분이라고 회상한다.
상사에서 관리, 감독 업무를 맡아온 그는 2008년 예기치 않게 와인과 깊은 인연을 맺게 된다. 구본준 당시 LG상사 부회장이 “사업 한번 해보라”며 LG상사가 100% 투자해 설립한 ‘트윈와인’을 이끌도록 한 것. LG상사 트윈와인 김수한 대표(49)는 테니스 코트에서 숨 가쁘게 뛰고 난 뒤 이렇게 말하곤 한다. “내가 쏠 테니까 가자! 운동한 다음에 와인 한번 마셔봐.”
김 대표는 30여 년 구력의 테니스 마니아다. 테니스를 매개로 만나는 이들에게 그는 늘 와인을 전파한다. 늘 자동차 트렁크에 와인 몇 병씩은 넣어 놓는다.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 한잔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와인은 우아하게 마시는 술이라는 인식이 아직 뿌리 깊습니다. 와인도 편한 자리에서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술이란 걸 알려주고 싶습니다. 그래야 와인이 대중화될 수 있으니까요.”
그는 테니스를 즐긴 가족들의 영향으로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테니스 동아리를 찾아갔다. 선수 출신 선배들에게 체계적으로 배웠다. 이 동아리에서 아내 곽혜정 씨(49)도 만났다.
1984년 LG상사에 입사할 때만 해도 테니스는 고급 스포츠로 인기가 많았다. 신입사원 때부터 회사 테니스 동아리에 들어가 고참 선배들과 실력을 겨뤘던 그는 이제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다. 주말에는 대학 및 회사 동아리, 동네 테니스 클럽을 넘나들며 아내와 함께 코트를 누빈다. GS리테일 허승조 부회장도 코트에서 자주 접한다.
○ 와인이 풀어내는 이야기
김 대표가 강조하는 와인의 대중화를 위해 트윈와인은 와인에 ‘이야기’라는 옷을 지어 입히고 있다. 2009년 12월에는 요리만화 ‘식객’의 허영만 화백과 함께 2010년 호랑이해의 근하신년 메시지를 레이블에 그려 넣은 ‘호랑이 와인’ 1만2000병을 선보였다. 모두 팔렸다.
올해 신묘년에는 토끼 와인 3종을 내놨다. 허 화백이 그린 토끼 그림에, 토끼의 특징으로 풀어낸 신년인사 ‘경청’, ‘다산다복’, ‘권토중래’를 담았다. 출시 1개월 만에 1만 병 판매를 넘어섰다. 지난해 선보인 보졸레 누보 ‘랑데부’는 허 화백이 ‘식객’의 주인공을 레이블에 등장시켜 ‘겉절이 김치 같은 싱싱와인’이라는 스토리를 더했다.
“와인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으로 ‘재미있는 스토리를 가진 와인 만들기’를 꾸준히 추진해 오고 있습니다. 어디 산지의 무슨 품종이라는 건 뒤돌아서면 쉽게 잊거든요. 와인에 담긴 이야깃거리가 모임의 윤활제 역할을 충분히 한답니다.”
경기 불황으로 지난해까지 침체기를 겪은 국내 와인시장이 올해는 한미,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앞두고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올해 350∼400여 개 와인 브랜드를 국가별, 공급 채널별, 가격대별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250∼300여 개로 재구성하는 한편 바와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판로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 김수한 대표는
―1962년 경북 상주 출생
―1984년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LG상사 입사
―1991∼1996년 LG상사 독일 프랑크 푸르트 지사 근무
―1996∼2003년 ㈜LG 구조조정본부 부장
―2003∼2004년 LG 경영관리팀 부장
―2005∼2007년 LG상사 업무팀 상무
―2007∼2008년 LG상사 HR담당 상무
―2008년∼ LG상사 트윈와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