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성 - 살인죄로도 충분히 처벌 가능 ▼
가중처벌은 평등권 침해… 한국만 가부장적 조항 유지
오경식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 한국비교형사법학회 부회장
지금도 존속에 대한 존중이나 효 사상은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높은 윤리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나 생명을 법익으로 하는 살인죄에 효라는 사상을 함께 법익으로 규정하여 이를 형법에 반영해야 할 정도로 강한 시대적 사명이라고는 할 수 없다. 즉 전통적 가치인 효는 우리 사회에서 도덕규범의 영역으로 편입되어야 하며, 더는 강제규범인 법 규범의 속성으로 둘 필요는 없어졌다고 본다.
현행 형법에서 살인죄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 30년 이하(가중할 경우 50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한다. 그리고 형법 제51조에 양형 결정을 위해 피해자와의 관계가 고려된다. 결국 재판 단계에서 패륜적 존속살인범은 얼마든지 중하게 처벌할 수 있으므로 존속살해죄를 따로 둘 근거는 없어졌다고 할 수 있다.
친자관계를 지배하는 도덕이 인륜의 기본이라 하더라도 모든 도덕을 법률로 규정할 수는 없으며, 그동안 존속살인사건의 행태를 살펴보면 비속(卑屬)의 패륜성 못지않게 존속의 패륜과 잔혹성이 그 범행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존속살인을 가중하여 처벌하는 것은 차별이 될 수 있다. 이는 헌법 제11조의 평등권 조항에 위배되는 ‘출생에 따른 차별’이 될 수 있다. 또 존속살해죄 규정은 현대 민주주의사회에서 형법의 역할을 넘어서는 도덕주의적 입법이며, 불평등한 가족관계를 전제하는 가부장적 입법으로 정당한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없다.
피고인의 패륜 정도보다 직계존속의 패륜 정도가 높거나 적어도 대등하다고 할 수 있는 경우에도 7년 이상의 징역형이라는 법정형으로 인하여 1회 작량감경하더라도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는 없으므로 존속살해죄의 법정형은 과도하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존속살해죄는 비속의 패륜만을 전제로 한 일방적 입법이고 헌법의 평등권을 위반한 위헌적 입법이다. 보통 살인죄만으로도 모두 흡수할 수 있다. 결국 과잉입법인 존속살해죄 조항을 삭제하는 것은 당연하며 시대적 흐름이라 할 수 있다. 법무부 형사법개정특위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지켜보자.
오경식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 한국비교형사법학회 부회장
▼ 반대 - 孝사상 역행… 가족해체 불보듯 ▼
서구 개인주의 인간성 황폐 초래… 우리의 장점 왜 버리나
이기동 성균관대 유학동양학부 교수
한국인은 남과 이익 다툼을 하거나 투쟁하는 데 익숙하지 못했다. 개인주의가 발달하지 못하면 투쟁심이 약하다. 그래서 유럽인이나 일본인에게 지고 말았다. 한국 지성인들은 이를 간파하고 한국인이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민족개조론을 주창했다. 오늘날까지 많은 지성인의 주장은 서구 이론을 따라가는 선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민족개조론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100여 년이 지난 오늘날 판명된 것은 민족은 개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민족이 개조되지 않는데도 서구 이론을 한국인에게 강요한 결과는 혼란밖에 없다. 한국 정치가 계속 혼란하고, 한국 교육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근본적으로는 한국인의 정서에 맞지 않는 서구 이론으로 강행하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서구의 개인주의가 순조로운 발전을 계속하고, 한국인의 서구화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라면 한국의 혼란은 끝날 날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서구인들이 개인주의를 바탕으로 심하게 경쟁한 나머지 인간성이 황폐해져 가고 있다. 10여 년 전 하버드대 의사들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1세기 인류의 3대 사망 원인은 교통사고와 심장병, 우울증이다. 세 가지 중에서 두 가지가 인간성의 황폐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인간성이 황폐해진 사람들의 눈에 비치는 한국인은 예전의 한국인과 다르다. 한국인에게는 아직 따뜻한 마음이 남아 있다. 한국인의 따뜻한 마음에 매혹돼 나타나는 문화현상이 바로 한류문화다. 한국 기업이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한류문화와 궤를 같이한다. 한류문화를 이끌고 있는 작가나 한국 기업을 이끌고 있는 기업인은 대부분 서구 이론에 투철한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한국의 따뜻한 마음을 발휘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기동 성균관대 유학동양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