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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고려대 앞 막걸리촌 ‘캠퍼스타운’으로

입력 | 2011-04-22 03:00:00

기숙사-아파트 건립… 2016년 완공 예정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고려대 앞에 있는 일명 ‘막걸리촌’.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1980년대 매캐한 최루탄 연기에 눈물 흘렸던 학생들은 이곳에 자리한 주점에서 막걸리잔을 기울이며 밤을 지새웠다. 최루탄이 사라진 요즈음 과거 명성은 퇴색했지만 막걸리촌에 대한 추억을 되새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바로 그 막걸리촌이 변화의 바람을 타고 새롭게 태어난다. 서울시는 제기동 136 일대에 주거단지와 대학시설이 함께하는 ‘캠퍼스타운’을 조성한다고 21일 밝혔다.

○ 아파트와 대학촌의 ‘공존’


재개발이 이뤄지는 곳은 제기5구역으로 전체 면적은 4만9088m²(약 1만4850평)에 이른다. 이곳에는 아파트 단지와 기숙사, 서점 등 학생편의시설이 함께 자리하게 된다. 같은 재개발구역에 아파트 단지와 대학시설이 공존하는 개념의 정비 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6년 말 완공될 캠퍼스타운에는 9∼27층 높이 아파트 10개동이 건립된다. 용적률 249%, 건폐율 23%가 적용돼 총 831채 규모다. 아파트는 세입자에게 제공되는 임대주택 142채와 분양아파트 689채로 구성된다. 임대주택은 39∼45m²(약 11∼13평) 142채, 분양 아파트는 85m²(약 25평) 이하 642채, 85m² 초과 47채다. 특히 85m² 초과형 아파트는 부분임대아파트로 확보해 학생이나 1, 2인 가구가 거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구역 내 용지 4629m²(약 1400평)는 고려대가 매입해 학생 635명을 수용할 수 있는 6층 286실 규모의 기숙사를 건립할 예정이다. 시는 신축 기숙사가 재개발 사업으로 사라질 기존 하숙집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숙사와 부분임대아파트 등을 이용하면 900명가량의 학생이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고려대 정문 건너편에는 근린광장 2552m²(약 770평)가 조성된다. 주변에는 학생과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상가도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시는 한양대 숙명여대 한성대 등 다른 대학가 주변 재개발에도 캠퍼스타운 방식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 학교와 주민이 ‘상생’ 합의


캠퍼스타운이 들어서는 제기5구역은 오래되고 낡은 건축물이 많아 주거환경 개선이 시급했던 곳이다. 주민들은 6, 7년 전부터 재개발을 요구해 왔다. 반면 고려대와 학생들은 값싼 하숙집이 사라지고 학습 분위기에 피해가 우려된다며 재개발에 반대했다. 서울시와 동대문구는 오랜 기간 중재 과정을 거친 끝에 아파트와 대학촌의 ‘동거’라는 새로운 개발방식으로 합의를 이끌어냈다.

오랜 갈등을 딛고 개발을 결정한 만큼 공존과 상생의 개념이 반영됐다. 캠퍼스타운에는 고려대 뒤쪽 개운산 및 중앙광장, 정릉천 등지를 하나로 잇는 녹지축이 조성돼 학생뿐 아니라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된다. 시 관계자는 “캠퍼스타운 조성으로 노후 구역 정비는 물론이고 학생들의 주거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게 됐다”며 “고려대 앞 막걸리촌이 쾌적하고 활력 있는 공간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