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사들이 잇따라 쓰러지면서 제1, 제2 금융권 할 것 없이 분위기가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 금융권 수장들이 뭔가 도와주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긴 하지만 손해를 보면서까지 건설사를 도와줄 곳은 아무데도 없습니다.”(B건설사 기획팀 차장)
최근 저축은행 사태로 인한 금융권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심사 강화와 중견 건설사의 잇따른 법정관리 신청으로 건설사의 절반가량이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는 등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건설 발주 물량마저 크게 줄어들고 정부 대책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올 6월까지 건설업계가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긴장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홍일 건산연 연구위원은 “올해 2분기에는 공공 발주 물량이 최근 5년 새 최저치를 기록한 1분기에 이어 여전히 좋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이 3년 연속 적체된 데다 PF 만기 대출 상환일이 집중되는 등 악재가 겹쳐 건설업계 최대의 ‘보릿고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자금 조달과 관련해 직간접적인 피해를 보았다고 답한 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23.3%는 ‘대출은 가능하나 대출 조건이 강화됐다’고 답했다. C중견건설사 관계자는 “LIG건설에 이어 삼부토건이 법정관리 신청 직전 CP를 발행하는 등 도덕성 논란이 일자 금융기관들이 건설사들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등 ‘연대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PF 부실채권 정리 움직임에 대한 압박감을 묻는 질문에는 ‘크다-매우 크다’가 28.3%, ‘보통이다’(26.7%), ‘적은 편이다’(21.7%)가 그 뒤를 이었다. 한편 각 업체는 수주 물량 감소(58.3%)를 현재 가장 큰 부담으로 꼽아 △금융권 PF 중단 및 어려움(15%) △자재 원가 상승(11.7%) 등을 크게 앞섰다.
공공 발주물량의 뚜렷한 감소세는 중소규모 건설사들을 고사상태로 몰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토목 전문업체인 삼부토건도 1분기에 공공발주 물량이 많았다면 최악의 사태까지 치닫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에 본사를 둔 D건설사 관계자는 “공공공사 발주량이 줄어들자 공사비 10억 원 미만 소규모 공사에 2군 업체들까지 뛰어드는 실정”이라면서 “최저가입찰제 도입으로 마진이 줄어들었어도 유동성 확보를 위해 공공공사에 매달려 왔는데 요즘은 일감 자체가 없어 2주째 놀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경기 부양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올 공공공사 물량을 하반기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 2분기는 더욱 ‘보릿고개’가 될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올 하반기에는 주택 경기 회복, 공공발주 물량 증가 등이 기대되는 만큼 6월까지 PF 대출 만기 연장에 대한 상환 압박 자제, 우량 사업장에 대한 신규 대출 확대, 발주가 연기된 공공 물량의 조기 발주 등의 지원책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2분기에 추가로 쓰러지는 회사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이건혁 기자 reali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