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높지만 부도때 원금보장 안돼 손실 클수도
CP는 신용상태가 양호한 기업이 단기자금 조달을 위해 자기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무담보 어음을 말합니다. 기업이 CP를 발행하면 은행·증권사를 통해 개인이나 기관투자가에게 팔려 나갑니다.
투자자들은 CP가 주는 높은 금리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듭니다. LIG건설이 6개월 만기로 발행한 CP금리는 8%대였고 삼부토건도 7%대였습니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연 4%대)와 비교하면 두 배에 가까운 수익률이지요.
문제는 기업이 재무상태와 위험 정도를 감추고 기업어음을 발행하다 보니 정작 투자자들이 회사의 부실을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들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평가해 고객에게 알려야 할 은행이나 증권사들은 판매에 급급하느라 대부분 위험을 알리는 데 소극적입니다.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도 무턱대고 믿기는 힘듭니다. 신평사들은 대기업 계열사에 대한 신용등급 평가 시 ‘모기업 지원 가능성’을 이유로 관행적으로 신용등급을 높게 매겨왔지요. 삼부토건을 비롯해 LIG건설, 진흥기업 등 연이어 부도위기를 맞은 기업들 모두 신평사들로부터 투자적격 판단을 받은 곳입니다. 투자자들은 발행 기업 신용등급과 금리수준을 보고 투자를 결정하는데, 사실상 기업이 회사 재무사항과 위험 정도를 감추고 CP를 발행하면 이를 알 길이 없는 셈입니다.
또 수익률은 높지만 무담보채권으로 원금 보장이 안 된다는 데 CP의 ‘위험성’이 숨어 있습니다. CP는 무담보채권인 탓에 변제순위에서 담보채권에 밀립니다. 기업이 부도가 나면 은행 담보대출 등 선순위 채권에 대한 변제가 다 이뤄진 뒤에 남은 자산으로 CP에 대한 변제가 이뤄집니다. 따라서 투자자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지요. 1999년 대우사태 당시에도 대우는 단기차입을 위해 대규모로 CP를 발행한 뒤 도산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줬습니다. CP 수익률이 높을수록 투자자들이 기업 재무상태를 더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는 것이 이런 까닭입니다. 최근 CP의 불투명성을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투명성을 높이고 투자자의 정보접근성을 확대하자는 것입니다.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게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단기전자사채’입니다. 기업들이 공인인증서를 통해 전자시스템상에 사채의 발행번호, 발행일, 금액 등을 기입한 뒤 단기사채를 발행하게끔 하는 것이지요. 사채의 등록과 유통이 전자시스템 상에서 이뤄져 기업 자금운영이 좀 더 투명해질 것이란 예상입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담은 ‘단기전자사채법 제정안’은 아직까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습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