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에게 축복을” 열차서도 안내방송
26일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이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어른 한 명당 입장료가 16파운드(약 2만9000원)이지만 사흘 앞으로 다가온 윌리엄 왕세손 결혼식으로 예년보다 관광객이 2배 이상 늘었다. 런던=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런던 도착 후 웨스트민스터 사원(Abbey·성공회 성당)으로 갔다. 옆에 국회의사당과 시계탑 빅벤 등 관광명소가 밀집해 있어 평소에도 북적대는 곳이지만 이날은 사원 입장 마감시간인 6시까지도 관광객이 줄을 서 들어가고 있었다.
14년 전인 1997년 9월 6일. 이 사원에선 윌리엄의 모친인 다이애나비의 장례식이 열렸다. “아이들이 다이애나의 관대(棺臺) 옆에 올라섰다. 테레사 수녀가 준 묵주를 마치 석고처럼 하얀 손에 쥐고 있던 다이애나의 창백하고 아름다운 얼굴이 나타났다. 엄마를 보는 순간 윌리엄의 볼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해리는 몸서리를 치면서 보지 않으려 했다.”(크리스토퍼 앤더슨의 ‘다이애나의 꿈 윌리엄과 해리’ 중에서). 당시 15세 소년이었던 윌리엄은 이제 29세의 건장한 청년으로 커 어머니를 떠나보낸 곳에서 평생의 반려자를 맞는다. 장례식 당시 영국언론은 ‘웨스트민스터의 복도를 걸으면서 윌리엄은 어른이 됐다’고 썼다. 그리고 14년 후 그는 같은 복도를 걸어 ‘남편’으로 다시 태어난다.
사원을 나와 마차 행진이 있을 길을 따라 걷다가 만난 중년 여성은 “두 사람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결혼식 날은 사람이 너무 많을 것 같아 집에서 TV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총리 관저에서 500m 떨어진 트래펄가 광장 옆에 있는 한 식당에서 만난 대학생 잭슨 씨(25)는 “결혼이 국가적인 축제로 치러지는 것에 반대한다. 그 행사에 들어가는 국민 세금이 도대체 얼마나 되는 줄 아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번 결혼식을 계기로 주화, 우표, 반지, 그릇 등 각종 기념품 관련 소매업계에 6억2000만 파운드(1조1100억 원), 관광업계 7억5000만 파운드(1조3400억 원), 요식업계 3억6000만 파운드(6450억 원) 등 총 17억3000만 파운드(3조1000억 원)의 경제효과가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후 최대 긴축 예산 정책으로 영국 경제 전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그들만의 결혼식’에 대한 반발도 만만찮은 것이다. 영국 언론은 결혼식에 1억 파운드(1800억 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최근 10여 일간 일 년 내내 보기 힘들 정도의 화창한 날씨가 이어진 런던이 정작 결혼식 당일에는 천둥을 동반한 비가 예보돼 관계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왕세손 부부의 마차 퍼레이드는 15분에 불과하지만 이들을 보려고 기다리는 시민과 관광객, 각종 축제행사를 준비 중인 100만여 명이 반나절 동안 비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왕세손 부부는 비가 내릴 경우 지붕 덮개가 있는 마차 글라스 코치를 타게 된다.
런던=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