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 동원했어도 법적으로 처벌-환수 쉽지 않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26일 부산저축은행 등에서 영업정지 직전 대규모로 예금이 인출된 경위에 대해 본격 수사에 나섰다. 저축은행의 심각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사안이어서 묵과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검찰은 우선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확인할 계획이다. 누가 어떻게 영업정지 사실을 저축은행 측에 흘렸고, 이후 저축은행 측이 대주주의 지인이나 VIP 고객에게 연락해 예금을 찾아가도록 했는지 철저히 규명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당국 직원들이 영업정지 예정 사실을 유출한 사실이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수사하고 있다. 금융당국 직원의 유출 사실이 확인되면 공무상비밀누설죄로 처벌할 방침이다. 지인들에게 연락이 되지 않자 저축은행 측에서 임의로 예금을 빼낸 것은 금융실명법 위반에 해당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이날 “저축은행 직원들이 친척이나 주요 고객에게 영업정지 예정사실을 미리 알려 예금을 인출하도록 했다면 배임, 고객이 직접 은행을 찾지 않고 계좌이체를 하도록 했다면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가 있다”며 “감독당국이 철저히 조사해 검찰에 통보하는 한편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또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측이 ‘VIP 고객’이나 임직원의 지인에게 이미 돌려준 예금을 환수할 수 있는지도 검토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날 이번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 방문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무단 인출된 예금의 환수 조치를 요구한 데 대해 “법률적 검토를 거쳐야 할 사안”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저축은행 임직원의 연락을 받고 돈을 찾아간 예금주는 처벌 대상이 되기 어렵고 그 돈을 환수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편법이 동원됐더라도 예금을 찾아가는 것은 해당 예금주의 정당한 권리이므로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것. 특히 영업마감 시간 이후에도 인터넷뱅킹으로 인출이 가능했기 때문에 저축은행 측의 연락을 받고 돈을 찾아간 사람들만 따로 문제 삼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