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신뢰 종결자? 모럴 해저드 종결자!
▶본보 26일자 A12면 참조
금감원 전현직원, 저축銀 무단인출 방조… 증자사기…
25일 하루에만 금감원 전현직 직원 4명이 금품비리에 연루돼 구속되고 1명이 체포됐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요청으로 금감원에서 검찰로 파견된 뒤 광주지검에서 보해저축은행 수사를 돕다가 체포된 직원도 있어 충격을 준다. 이 직원은 지난해 보해저축은행으로부터 정기검사 무마 등 청탁과 함께 수천만 원을 받고도 버젓이 해당 저축은행의 수사에 참여해 왔다.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셈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업무 특성상 돈의 유혹에 언제나 노출될 수 있어 특별히 처신에 주의해야 하는데 비리사건이 잇따르고 있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서도 초동 대응부터 사후 조치까지 안이하고 굼뜬 자세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11일 감사원으로부터 저축은행에 대한 ‘부실 감독’ 문제로 기관주의를 받았지만 아마추어적 감독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 금융권의 시각이다. 부산저축은행의 경우 금감원 직원 3명이 파견돼 있었는데도 영업정지 전 정보 유출과 불법적인 예금 인출을 막지 못해 선량한 예금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의 신뢰를 순식간에 무너뜨리는 사건들이 동시다발로 터져 나오면서 28일로 취임 한 달을 맞는 권혁세 금감원장도 난처해졌다. 그는 취임사에서 “금감원의 모습을 일신(一新)하면서 금융안정과 금융신뢰의 ‘종결자’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으나 현재 금감원의 모습은 금융시스템 불안을 키우는 장본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권 원장은 26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송구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윤리를 강화하고 새롭게 기강을 세워 나가도록 하겠다. 조만간 조직을 쇄신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 검사 기능을 대폭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조만간 저축은행, 카드사 등에 대한 검사 조직을 확충할 예정이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