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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저축銀 ‘영업정지 전날 VIP 예금인출’ 일파만파

입력 | 2011-04-27 03:00:00

“누군 미리 빼가고 누군 다 날리고”… 저축銀 일반 예금자들 분노 폭발




26일 오후 1시 부산 부산진구 부전2동 금융감독원 부산지원 정문 앞.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직전 VIP 고객들을 대상으로 예금 사전 인출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은행 예금자 200여 명이 이에 항의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60, 70대 노인들로 대부분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 은행에 예금을 맡긴 사람이었다. 이들은 25일부터 이틀째 항의집회를 이어가며 책임자 색출과 처벌을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의 정책실패 박살내자’ ‘노후자금 몽땅 넣었는데 살려 주이소’ ‘자식한테 말 못하고 부모 속 타들어가네’ 등의 피켓을 들고 항의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이런 사태를 막지 못한 정부에 배신감이 든다”며 정부의 공식 사과와 일반 예금자 손실 보전을 요구했다. 일부 예금자는 금융감독원을 성토하면서 바닥에 주저앉아 울기도 했다.

한 50대 여성은 “남편이 치매 증상으로 실직한 뒤 자녀를 결혼시키기 위해 부산저축은행 파생상품에 4000만 원을 투자했다”며 “하지만 후순위채권에 해당돼 날릴 우려가 커 무슨 돈으로 자식을 결혼시킬지 막막한 상태”라고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부산저축은행 김옥주 비상대책위원장(50)은 “금감원이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전날 ‘예금 인출을 중단하라’는 공문을 보낸 자체가 불법 예금 인출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라며 “철저한 수사로 관련자를 가려내고 의혹을 명백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2월 김석동 금융위원장을 고소한 비대위는 다음 달 2일 서울중앙지검에서 고소인 진술을 마치는 대로 이번 예금 사전 인출과 관련해 김 위원장을 추가 고발하기로 했다. 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 전원에게 면담을 요청하며 국회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로 했다. 이번 주에는 부산에서 항의집회를 열고 다음 달 2일 이후에는 서울에서 집회를 이어가기로 했다.

부산지역 시민단체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002년 경인저축은행, 지난해 전일상호저축은행 영업정지 당일에도 거액이 비정상적으로 인출돼 특혜 인출 의혹이 제기됐다”며 “특정인에게 예금을 인출하도록 방치한 금감원 책임자와 부산저축은행 임직원을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산금융도시시민연대, 부산시민단체협의회,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도 이날 긴급성명을 내고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직전에 인출된 예금주의 명단을 철저히 공개해야 한다”며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을 제공하고 관리감독을 철저히 못한 금감원에 대한 조사와 함께 불법이 있으면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