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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훈의 클래식 패션 산책]진정한 비즈니스 캐주얼

입력 | 2011-04-29 03:00:00


상황에 맞게 옷차림을 갖추는 자세는 수시로 변하는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비즈니스맨의 프로다운 모습과 닿아 있다. 제일모직 제공

우리가 세상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는 유력한 방법은 두 가지를 비교하는 것이다. 남성과 여성을, 나와 너를, 과거와 현재를, 그리고 공과 사를 함께 생각함으로써 각각의 가치들은 구체적으로 설명되고 유연하게 해석된다.

다만 비교는 대립과 다르다. 워낙에 옷의 종류가 많아 몇 가지 콘셉트로 쉽게 정리되지 않는 게 여성복이지만 다행스럽게도 남성복은 크게 정장과 캐주얼이라는 두 카테고리로 나뉜다. 하지만 흔히 오해하듯 슈트로 대표되는 정장과 재킷으로 대표되는 캐주얼을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대립적으로 생각할 일은 아니다.

한 남자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속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두 가지 복장이 슈트와 재킷이기 때문에 오히려 하나가 다른 하나를 보완하고 지지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요즘처럼 기온이 조금씩 오르면 슈트를 좋아하고 늘 입는 사람이라도 가끔은 타이를 풀고 가벼운 복장을 연출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아주 자연스러운 생각이다. 그런데 이 경우 슈트를 입은 상태에서 타이만 덜렁 풀어내는 건 오답이라고까지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권장할 만한 해답은 아니다. 남성복은 상황에 맞게 선택하는 것이지 무조건 날씨에 따르는 건 아니다. 타이가 생략된 슈트는 정장이란 의미에서 한발 물러서게 되며 타이의 유무를 선택 가능한 복장은 언제나 재킷이었다.

비즈니스 캐주얼이 공식 드레스코드가 됐다며 이제 슈트는 입지 말라고 강요한 회사처럼 그건 핵심을 벗어난 일이 돼버린다. 비즈니스는 언제나 내부의 문화와 파트너와의 관계를 동시에 생각하는 게임이다. 정장을 입은 비즈니스 파트너와 격조 있는 레스토랑을 갈 때, 같은 드레스코드를 연출하는 것은 예의다. 그런 비즈니스 미팅이 없는 경우 자신에게 어울리는 편한 재킷을 입고 일에 전념한다.

이것이 비즈니스 캐주얼이란 드레스코드의 의미다. 그렇게 각기 다른 상황에 맞게 옷차림을 갖추는 자세는 다양한 시장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비즈니스맨의 프로다운 모습과 닿아 있다.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비즈니스 캐주얼로 드레스코드를 바꾼 건 결국 옷이 아니라 마인드를 바꾸자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제일모직 란스미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