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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개 복면 도둑’ 140차례 경찰 농락

입력 | 2011-04-29 03:00:00

개가 나타났다, 경보 울렸다, 출동했다… 놈이 더 빨랐다




‘개가 나타나면 돈이 사라진다.’

1년여 동안 충남 서산과 천안, 경기 평택과 포천 등지의 현금을 많이 취급하는 상인들을 긴장시켰던 절도범이 경찰에 검거됐다. 서산경찰서는 28일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이들 지역의 주유소와 약국 옷가게 등 현금 취급 업소에 침입해 모두 1억여 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최모 씨(47·사진)를 상습절도 혐의로 구속했다. 최 씨는 무려 140여 회에 걸쳐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지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그를 놓치기 일쑤였다.

특이하게 개 모습의 마스크를 쓰고 범행을 저지른 최 씨는 불과 40초∼2분 사이에 초스피드로 범행을 완료하고 감쪽같이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그는 범행 대상 가게를 정하면 주로 일요일에 가게를 털었다. 금요일에는 미리 대상 가게를 탐색했다. 이미 절도죄로 4년간 복역한 경험이 있는 그는 현금 취급 업소는 일요일에 현금을 가장 많이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가게들이 금요일 금융기관이 문을 닫으면 이틀 정도 입금을 못한 채 현금을 보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가게 안에 들어가면 금고를 터는 시간도 짧았지만 얼굴 전체를 가린 개 모습의 마스크는 일반 마스크와 달라 폐쇄회로(CC)TV에 잡혀도 경찰은 얼굴 윤곽조차 파악하기 어려웠다.

경찰은 범행현장 주변의 CCTV로 최 씨의 차량을 확인했지만 같은 차종의 번호판을 범행 때 훔쳐 사용한 뒤 다시 훔친 차량에 번호판을 부착해 놓는 치밀함 때문에 검거에 어려움을 겪었다. 도주로의 CCTV를 아무리 뒤져도 차종만 같을 뿐 같은 번호판은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그동안의 범행 지도를 그려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한 달 동안 잠복근무를 한 끝에 번호판을 뗐다가 다시 달고 있던 최 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 최철균 수사과장은 “CCTV 분석과 잠복근무라는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어우러진 수사 끝에 범인의 꼬리를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산=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