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브리엘이 플로리다로 여행하고 있습니다.”
29일 미국에서 한편의 희망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1월 괴한이 쏜 총탄이 머리를 관통해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도 기적적으로 회복하고 있는 개브리엘 기퍼즈 미 연방 하원의원(41·애리조나)이 우주비행사인 남편 마크 켈리(47)의 마지막 우주비행을 배웅하는 것. 기퍼즈 의원은 플로리다 주 케이프커내버럴의 항공우주국(NASA)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남편이 우주왕복선 인데버호 비행에 나서는 장면을 직접 지켜본다.
텍사스 주 휴스턴 메모리얼 허먼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기퍼즈 의원은 27일 휴스턴의 한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던 NASA 소속 비행기에 탑승했다. 1월 머리에 총상을 입은 뒤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그는 천천히, 하지만 누구의 부축도 받지 않은 채 조심스럽지만 단호한 의지로 한 걸음 한 걸음 플로리다행 비행기 트랩을 올랐다. 옆에는 부축해줄 사람이 있었지만 자신의 힘으로 트랩을 모두 올랐다. TV 카메라가 멀리서 찍은 이 장면은 TV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의 머리는 흰 붕대로 싸여 있었다.
이날 오후 플로리다 주 페이트릭 공군기지에 도착한 기퍼즈 의원은 우주인 배우자와 일부 특별 손님이 참석하는 바비큐 파티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트위터는 “개비(기퍼즈 의원의 애칭)가 재활치료센터에서 벗어나 켈리가 비행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날렸다.
남편 켈리는 우주왕복선 인데버호를 타고 29일부터 우주정거장으로 날아가 2주일 동안 임무를 마치고 귀환하게 된다. 6명을 이끄는 인데버호의 선장 역할을 맡았다. 27일 아침 일찍 케네디우주센터에 도착한 켈리는 “개비가 올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며 “아내는 의사로부터 이곳에 참석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기 위해 정말 열심히 재활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3년 전 결혼한 두 사람은 서로 하는 일이 바빠 대부분의 결혼 생활을 서로 떨어진 채 보내야만 했다. 켈리는 기자들에게 “매일 아침과 밤에 병실을 찾으면 개비는 항상 웃음을 지었고 나는 천천히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개비가 의사소통하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켈리가 이끄는 인데버호는 이번 마지막 비행을 끝내면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캘리포니아과학센터에 배치된다. 인데버호는 29일 오후 3시 47분 우주를 향해 날아간다. 기퍼즈 의원은 우주인 가족들이 관람하는 곳에서 다른 가족들과 함께 남편이 지구를 떠나는 장면을 지켜보게 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미셸 오바마 여사와 두 딸을 데리고 켈리가 비행하는 장면을 지켜보기로 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