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권희 논설위원
두 위원장이 장차 파장을 가늠하기도 어려운 ‘공룡급’ 정책 구상을 밝힌 것이 정권 임기가 2년도 안 남은 시점이다. 확 바꾸고 싶은 건 많은데 공청회를 거쳐 관련 법규를 만들기엔 시간도 힘도 달린다 싶으니 쇼크 요법의 강성 발언이 동원됐다. 실행가라면 현실적인 추진력과 반발까지 감안해 ‘2년 액션플랜’을 짰을 것이다.
잇단 정책 논란은 MB(이명박)노믹스 Ⅱ의 산물이다. MB 임기 후반기에 갑자기 등장한 ‘공정사회’ ‘상생’과 ‘동반성장’이 그 기반이다. 정부가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깊어진 소득 재산의 양극화 문제에 눈을 돌린 것은 그런대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대상도 불명확하고 효과도 모호한 친(親)서민 정책을 법규 마련도 하지 않고 밀어붙여서야 성사도 불투명하고 민심도 얻기 어렵다.
당초 MB노믹스는 작은 정부가 공공부문 개혁과 규제완화, 친기업으로 성장을 더 거두겠다는 것이었다. 시의 적절하다는 평가에다 대선 때 표도 많이 받았던 MB노믹스 Ⅰ은 아득한 과거가 돼 간다. 정권에서 친기업 정책을 후회하는 듯한 발언도 나왔다. 청와대는 “이건희가 잘해서 지금의 삼성이 된 줄 아는가”라고 했고 어떤 장관은 “대기업들이 정책 덕을 모른다”고 역정을 냈다.
사상 최대 수익을 내는 대기업들이 중소기업 지원에 흔쾌히 협조하지 않는다고 정부는 판단하는 모양이다. 아무리 좋은 뜻이라도 정부가 대기업에 세금 이외에 별도의 정책 비용을 청구하려는 속셈이라면 옳지 않다. MB노믹스 Ⅰ이 대기업 특혜였노라고 시인하면서 그 대가를 후불로 챙기겠다는 의미라면 불순하다. 불법을 저지른 대기업 오너와 경영자를 유난히 관대하게 처분한 ‘친기업가 특혜’를 구실로 정부에 대한 협조를 요구하는 것이라면 정경 유착과 다를 바 없다.
MB가 계속 ‘경제대통령’을 지향했다면 상생 같은 현안을 대기업 옥죄기 식으로 풀지 않았을 것이다. 청년 창업, 자영업 특화, 중소기업 시장개척을 획기적으로 지원하고 대기업 공정거래 감시를 강화하면 기업들을 혼란에 빠뜨리지도 않고 경제 활력을 키울 수도 있었다. 경제대통령이라면 팔 비틀어 기름값 내리기 대신 구제역이나 저축은행 비상사태에 더 치밀하게 대응하도록 장관들을 다그쳤을 것이다.
MB노믹스 Ⅱ에 대한 거부감이 재·보선에서 한나라당 표를 일부 갉아먹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도부가 총사퇴한 한나라당은 “환골탈태”를 외친다. 경제 부문의 변화는 MB노믹스 Ⅰ의 보완이어야 한다. MB노믹스 Ⅱ가 포퓰리즘으로 더 간다면 MB 지지층의 이탈이 더 확대될 수 있다.